상상(쇼~하는 예수님)

2001. 10. 5. 오후 12: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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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다. 퇴근 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몇 정거장 지났던가… 나이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친구가 와서 도와달라는 쪽지를 사람들에게 돌리며 도움을 청했다. 다리를 다쳤는지 허리가 꾸부정한 채로 왼쪽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니는 게 보였다. 몇몇 사람들은 지폐를 꺼내기도 하고, 초등학교 애들도(이쁘기도 하지... ^_^)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꺼내서 줬다. 내가 탄 곳이 끝칸이라서 그랬는지 한바퀴 돌고는 그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중학생 아이들 둘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야~ 저거 쇼하는 거야. 진짜 아닌거 같아."

"아니야, 진짜 같은데?"

"진짜 아니면서 저런 애들 많대. 저런 애들은 돈 받을 때도 고마워하지도 않고 비웃는데…"

"그치만 쟤는 아닌거 같아. 저거봐, 내려서도 똑같잖아."

"남들이 보는데 누가 내리자 마자 성한 것처럼 행동하겠냐, 열차 다 지나갈 때까지 그러는 거지."

 

만약 내가 독심술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쇼하는 건지, 진짠지 알 수 있겠지만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기 때문에 진짠지 아닌지는 알 수도 없고 또 알고 싶지도 않다. 그 사람을 도와준 담엔 헛짓한 거 같아 괜히 마음만 아프니까. 그들을 대할 때의 나의 몫은 진위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느냐 아니냐는 ’나눔’의 문제겠지. ’판단’은 그분꺼니깐.

 

좋은 생각에선가 어떤 아줌마의 이야기를 읽었었는데 엄청 바쁜 와중에 한 부랑자가 와서 도움을 청하더란다. 원래는 그리 인색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바쁜데 와서 그러니까 짜증도 나서 매정하게 거절을 했는데, 갑자기 문 밖으로 나가는 그 사람이 예수님처럼 보이더란다. 그래서 재빨리 무엇인가를 챙겨서 나갔더니 온데간데 없어져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는데 그 뒤로는 어려운 사람 볼 때마다 소홀히 대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별로 신빙성이 없는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 요즘, 열심히 진짜처럼 믿게 하려고 애쓰시는 - 속된말로 쑈하는 -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만해도... -_-;;; 안쓰럽다.

 

"예수님! 요즘 어떠세요? 잘 먹혀 들던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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