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현 마리아 에게
1999. 9. 8. 오후 1:10:40
글자
아침에 네가 올린 글을 읽고서 노파심에서인지 힘들어하는 너를 달래주고자
전화를 했었지...생각보다는 목소리가 밝아서인지 안심이 된다만...
무엇이 그렇게 힘이 드니. 교사 그만두고 나면 그 허무함땜에 너 힘든것 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나두 그랬으니까. 아니 힘들다기 보다는 외로움이 견딜수
없이 힘들었었지. 근데 몇개월이 지난 지금은 내 생활이 더 힘드니까 그러한 교사회에
대한 미련, 아쉬움, 외로움은 등지게 되드라구. 그리구 사는게 원래 다 그런거쟎니...
많이 힘들어 하는 네게 무엇을, 무슨말을 해주어야 할까 생각해 봤는데 마땅한게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많이 힘들어하지 말고 넌 네 생활에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니까 지금 네가 겪고 있는
힘든것들을 이 가을안에 말끔히 청소할 것이라 생각하고 또 믿는다.
연락좀 하고 살구, 항상 이 언니가 먼저 연락을 하리?
나 교감할때 너희 동기들 신입교사로 들어왔을때가 생각나는구나.
별로 무섭지도 않은 나를 너희들은 무서운 언니라고 했었지. 넌 항상 열심이었다.
힘든날 어린 네가 위로도 해주고...교감은 다른 교사들이 열심히 할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단다.
잊을 수가 없을 거야. 너랑 모두함께 했던 그 지난 날들을...
그러니 이렇게 내가 지난 추억생각하면서 약간의 미소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정현이두 그렇게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한다.
영근이 환송식이 22일날 있을 건가봐.
그날 모두 모여서 그아이 찡하게 보내자구. 알았지? 너랑 영근이 많이 다투었어도 마음속으론
그아이가 널 얼마나 생각하고 친구로써 얼마나 의지하고 믿는지 알지?
군대가면 지가 했던 잘못들 다 생각하면서 눈시울 붉혀지면서 주저리 주저리 나열할 날 올거라 믿는다.
정현아!!!
세상은 살만하단다. 힘든것도 다 네가 살면서 짊어져야할 책임이란걸 알았으면 한다.
나이를 먹는건 결코 공짜가 아니란다.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언니는 스물하고도 여섯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단다....
.........
너의 시 내용을 힘입어 인생을 시처럼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게 그려나가는 그런
정현이가 되기를 내 기도중에 널 기억하마.
1999. 9. 8
현주
***떠나지 못하고 잊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일이 크고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 이후 내 마음이 조금씩 성숙되고 아름다워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것은 아쉬운 미련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