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카나(Cana)의 혼인잔치 이야기는 요한복음에만 나옵니다.
카나는 나자렛에서 7 ㎞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니 그리 멀지 않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혼인이 있는 집안과 잘 아시거나 친척이 되시는지 잔치에
초대받으셨습니다.
초대받긴 했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었고 일손을 거드셨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공생활을 시작할 무렵에 몇몇 제자들과 함께 혼인잔치에
오십니다.
잔치가 흥겹게 진행되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포도주가 동이
났습니다.
없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잔칫집에 술이 떨어졌으니 큰일입니다.
손님들의 흥이 깨질 판이고, 혼주가 매우 당황하고 곤란하게 될 것입니다.
성모님은 이 사실을 알아채셨습니다.
'신혼부부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쩔쩔매겠는가!'
그렇습니다.
성모님은 자애로우신 분이시기에 우리의 부족함을 눈치 채시고 무엇이
필요한지 아십니다.
그리고는 아드님께 이 사실을 알리십니다.
아드님께서 어떻게 하실지 모르지만 분명히 이 딱한 사정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도와주실 것이라 생각하셨습니다.
과연 예수님은 이를 해결하십니다.
두 세 동이 들이 항아리면 80리터에서 120리터 정도 됩니다.
그러니 항아리 6개면 약 500-600 리터 정도 되겠습니다.
예수님은 충분히 마련해 주셨습니다.
넉넉하게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집안을 구하셨습니다.
장차 온 인류를 구원하실 분은 그 한 가정을 구하신 것입니다.
이 사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시는 사건입니다.
그분의 관심과 배려는 성령의 선물입니다.
요한은 이를 '표징'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자신의 복음서 2장에 배열합니다.
장차 예수님이 무슨 일을 하시게 되는지 그것을 미리 알려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바이런은 "예수 그리스도와 포도주에 관한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서술하라."는 종교학 시험 문제에 이렇게 답을
썼다고 합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승익 아우구스띠노 신부(국립암센터 원목·암환우 쉼터 원장)
-의정부교구 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