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풍성한 신앙의 열매를
아주 옛날에 어린 나이인 열 네 살에 결혼을 한 어린 신랑이 있습니다.
집안이 매우 가난한데다가 아버지마져 병이 들어서 일찍 살림을 맡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는 어린 아내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산에 밤 다섯말을 심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으면서 산에 밤 다섯 말을 심는 어린 신랑을
비웃었습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날 때에도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지요.
"여보게 새신랑, 그래 작년에 심은 밤은 많이 땄는가?"
"아니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딸 날이 오겠지요"
"밤 다섯말이 아깝지도 않는가 나 같으면 그냥 먹고 말겠네."
오 년이 지날 때에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그 산에서 밤을 땄는가?"
"아니오 그렇지만 딸 날이 있겠지요."
"글쎄 그럴 날이 있을까? 그러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네"
하지만 밤을 심은지 십년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이십년이 되고 삼십년이 되었을 땐 그 산에서 딴 밥 농사만도 동네에서 가장 큰 부잣집의
한해 농사보다 더 큰 수확을 올렸지요.
그때의 어린 신랑이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다시 아들을 낳았습니다.
어린 신랑은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들에게 그 때의 일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것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밤 한 톨을 화로에 묻는 것과 땅에 묻는 것의 차이란다.
화로에 묻으면 당장 입이 즐겁지만 땅에 묻으면 나중에 거기에서 일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게야"
소설가 이순원의 '밤나무 할아버지' 라는 동화입니다.
전교의 달 시월에 밤나무를 심었던 어린신랑을 떠올려 봅니다.
당장의 배고픔보다 이삼십 년 후 온 산에서 수확하게 될 밤을 먼저 생각했던 어린신랑처럼
우리의 생활에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해가 갈수록 풍성한 신앙의 열매를
하느님께 봉헌 할 수 있으면 합니다.
-주님의 향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