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성혈은 기적이다!
살아오면서 기적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 또는 '아니다'라고 답하실 텐데, 성체성사를 놓고 보면 기적을 체험하지 못한
그리스도인은 한 명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하는 성체성사에 참여하여 그분의 몸을 '먹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이게 기적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기적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기적을 미사 때마다 '실감'하는가 질문하면,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쉽지 않습니다.
미사 중에 성변화가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애써 눈을 부릅뜨고 집중해도 성체를 영하기
직전까지 그저 빵으로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도 성체 찬미가에서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삽기에"
라고 노래했습니다.
말인즉슨 토마스 성인도 아무리 바라봐도 눈으로는 그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뒤이어 성인은 "다만 들음으로써 믿음 든든해지오니"라고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이는 내 몸이다."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성체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만일 별생각 없이 성체를 영한다면, 우리와 함께 계시려 미사성제를
마련해주신 주님의 뜻을 간과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렇습니다.
누구보다도 성변화를 직접 거행하고 주님의 말씀을 대신 읊조리지만, 외견상 변하지 않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은 제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으로는 알아챌 수 없는 성체 성혈의 신비 앞에서 제 육안(肉眼)이
그 깊은 진리를 깨닫는 도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성체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믿음이라는 심안(心眼)이 필요합니다.
마치 이웃을 통해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알아볼 때처럼 말이죠.
더 나아가, 끊임없는 깨어있음도 필요합니다.
외견상 빵으로 시작하여 빵으로 끝나기 때문에, 성체성사는 자칫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에
십상이지요.
밥은 배부르다는 느낌을 주고 이웃 사랑은 따스하고 보람찬 감정이라도 주지만, 성체배령은
자칫하면 그런 느낌과 감정이 없기가 일쑤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일용할 양식으로 내주셨다는 것을 되새기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사랑을 계속해서 묵상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에게는 성체가 그저 작은 밀떡에 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항상 깨어있으라고 제자들에게 명하셨습니다.
우리는 제병으로 보이는 성체를 영하며 주님을 인식하고 그분 사랑의 정수를 깨닫기 위해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깨어있을 수 있도록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는 일 역시 '깨어있음'에 속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성체 앞에서 정말로 깨어있을 수 있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성체 성혈은 기적이다!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 | 얘기 들어주는 신부 (의정부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