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삶

2021. 10. 10. 오전 5:49:28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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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삶


어린 시절 보았던 그림책이 기억납니다.
한 사람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오르려 합니다.
그 열기구에는 재물, 권력, 명예, 안락함 등 여러 개의 쇳덩이가 줄에 달려
있습니다.
그 줄을 끊기만 하면 열기구는 금세 하늘로 오를 수 있어 보입니다.
열기구에 올라 있는 사람은 가위를 들고 어떤 줄을 잘라야 하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의 그림이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 그림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주저 없이 줄을 잘라버리면 될 것을,
왜 그리 고민을 하는지 말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고민이 조금씩 이해가 되어갑니다.

살아가며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려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불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리는 고집멸도(苦集滅道)라는 사성제입니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와도 같다(苦).
모든 고통의 원인은 집착에 있다(集).
집착에서 벗어던질때(滅), 해탈에 이를 수 있다(道).’는 의미입니다.
불교의 유명한 스승이신 법정 스님은 사성제의 의미를 한마디로
‘무소유의 삶’이라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 신앙에서 이야기하는 ‘가난’과 맥을 같이하는 말씀입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집착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본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임을 인정하며
살아갈 때, 우리에게 참된 자유와 평화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복음적 의미의 가난한 삶입니다.

동남아 어느 지역에서는 원숭이를 산 채로 잡을 때,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원숭이가 잘 다니는 길목에 손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호리병 모양의
항아리를 놓아둡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바나나를 넣습니다.
항아리를 발견한 원숭이는 손을 넣어 바나나를 움켜쥡니다.
그렇게 되면 원숭이는 바나나를 쥐고 있느라 도망갈 수 없게 됩니다.
이때, 사람들이 다가가 그 원숭이를 생포해버립니다.
원숭이의 모습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해집니다.

움켜쥔 손을 놓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쇳덩이가 매달려 있는 줄을
끊어버리면 하늘 높이 오를 수 있는데, 자기 것이라 집착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참 평화를 누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의 참된 주인은 바로 하느님이심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를 다짐해봅니다.


-이은형 티모테오 신부(일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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