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주님의 작은 교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방역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사람간의 전염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관계 맺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본성에 배치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대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합니다.
세상에 혼자만의 힘으로 태어나고 자라며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관계 맺음은 우리 신앙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음으로 고백하는 하느님은 관계 맺음 속에서 당신의 신비를
밝히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관계 맺음 속에서 체험되는 하느님입니다.
그 관계 맺음의 핵심 원리는 바로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신비를 느끼고 체험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는
바로 '가정'입니다.
때문에, 가정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밝히 드러나는 '주님의 작은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과 관련하여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혼인은 '주님의 작은 교회'인 가정을 이루는 거룩한 성사입니다.
혼인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계약이 아니라, 두 남녀가 하나의 가정을
이루기로 다짐하며 하느님과 맺는 거룩한 계약입니다.
하느님과 맺는 특별한 계약이기에 혼인은 인간 스스로 파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혼인을 통해 가정을 형성하고, 가정 안에서 인간은 노동과 생명이라는
가치를 창출합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창조사업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닙니다.
새 하늘 새 땅이 이루어지는 그리스도 재림의 그 날, 창조는 끝을 맺습니다.
지속되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은 당신 모상대로 만드신 인간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창조사업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노동과 생명의 출산은 거룩한 것입니다.
소비주의가 만연하고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까지 덮쳐
관계의 단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이 돌처럼 굳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통해 마음의 부드러움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혼인을 통한 가정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사랑의 나눔을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을
깊이 체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은형 티모테오 신부 (일산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