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성체
사제로 살면서 가장 벅찬 감동을 느끼는 순간은 성체 축성과 거양성체 때입니다.
이때가 주님께서 사제에게 주시는 제일 큰 은총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제서품식 후 첫 미사 때의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27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종종 느낍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미사를 허투루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쩌면 주님께서 이런 마음을 자비로이 봐주셔서 가끔 감동을 선물로 주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보잘것없는 입과 손을 통해 매일매일 기적을 일으키시는 주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부제 때 미사 연습을 수십 번 했습니다.
연습하다가 '이거,이러다 진짜 성체가 되는 것 아니겠지?' 하면서
혼자 쑥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어디 감히 부제가… 불경스럽게!'
그런데 어느 본당 복사 대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답니다.
신입 복사를 연습시키면서 복사 대장은 자연스럽게 사제 역할을 하곤 합니다.
성체 축성 부분에서는 특히 복사가 종을 쳐야 하기 치기 때문에 반복 연습이
필요합니다.
축성기도문을 여러 번 외던 복사 대장이 '혹시~?' 하는 느낌을 가졌답니다.
성체 그리고 영성체, 우리는 그렇게 예수님의 몸을 받아먹습니다.
그리고 이 받아먹음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에페 5,1)임을
체험합니다.
이 순간, 당신 자신마저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더 이상 클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이 드러나고, 그 사랑을 받아먹는 우리는 참으로 사랑받는 자녀임을
깨닫습니다.
이 진리를 간직할 때,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인생의 의미에 대한 목마름을
채울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처럼 자기 본인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우쭐대지 않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 애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참된 생명의 길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성체는 단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엘리야는 천사가 전해 준 빵을 먹고 또 먹고 나서야 힘을 얻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지만(1열왕 19,6.8 참조), 예수님께서는 단 한번으로
채워주셨습니다(요한 6,48-50 참조).
또한 성체는 하나이면서 여럿입니다.
하나의 성체가 나뉩니다.
그런데 여럿으로 나뉜 성체는 모두 같고 하나입니다.
이로써 성체를 모시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의 생명 안에 머물게 됩니다.
사랑 가득한 하나의 생명안에 머물면서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가 권고하는,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라는 말씀에 마음이 더욱 뭉클해집니다.
오늘, 성체는 사랑입니다!
-라병국 아우구스티노 신부 (병원사목위원회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