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2021. 8. 2. 오전 5: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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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에페 4,20)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씀에 가슴이 멍해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코로나 이후 시기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지요.
수없이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고 기도하면서 뭔가 답을 얻고자 했지만, 불안과 탄식이
더 큽니다.
사실, 그동안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 말씀이 메아리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했던 기도가 참 부끄럽습니다.
구체적인 방법, 곧 만나만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만나는 달콤합니다.
당장 허기를 채워줍니다.
그러나 다음 날이면 다시 배고프고 또 다른 만나가 있어야만 합니다.
최근의 이 상황을 빨리 끝나게 해 달라고만 졸랐습니다.
배고픔을 채워줄 빵을 달라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배를 타고 쫓아가면서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하던 군중의 한 사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이 이리 힘들다면 차라리 당신을 모르던 때로 돌아가겠다.'고
협박하는 꼴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어지는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을 여러 번 되 새김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에페 4,23-24).
지금은 고통과 고난의 시기이기에, 영과 마음의 새로움이 더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짐작하지 못한 어려움이 닥칠 때 사람들은 당황하곤 합니다.
그때 예수님은 시야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사라지신 게 아니라 계실 곳에 분명히 존재하시는데 말입니다.
군중의 시선에 예수님은 모세처럼 보였습니다.
아버지 하느님을 중개했던 인간 모세 말입니다.
그리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듯 그 정도로만 예수님을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모세의 손가락 끝이 가리켰던 분과 예수님 당신 자신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주십니다.
모세가 중개했던 분은 만나의 주인이신 아버지 하느님이시고, 예수님 당신은
새로운 만나이며 결코 배고프지 않게 할 생명의 빵이시라고.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십니다.
그렇게 영원히 우리와 함께해주십니다.
사실, 주님과 함께해도 풍랑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주님은 우리가 함께 계시는 당신을 잊거나 못 알아보고 죽게 되었다며
소리치지 않도록 붙잡아 주십니다.
그리고 고물을 베고 잠만 자고 계시는 분으로 당신을 오해할까 봐 우리네 마음을
흔들어 주십니다.
"제발, 오병이어(五餠二魚)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뻥튀기 장사꾼으로만 보지 말라고!"

영원한 생명은 단지 죽음 이후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지금 이 세상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따라서 이 세상살이에서 축복과 평화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니까 이 혹독한 고난을 가벼이 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지치고 불안한 이때,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는 것은 사도 바오로가 말씀하신
'영과 마음의 새로움'(에페 4,23 참조)을 찾는 일이 될 것입니다.


-라병국 아우구스티노 신부 (의정부교구-병원사목위원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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