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의 올인(all in)
찬미예수님! 연중 제32주일이자 평신도 주일인 오늘 제1독서와
복음 말씀에서는, '두 명의 과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먼저, 사렙타 지역에 살던 한 과부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밀가루 한 줌과
병에 들어 있던 약간의 기름을 내어, 하느님의 사람인 엘리야 예언자를
극진히 대접합니다.
그리고 회당에 있던 과부 한 사람은 당시 자신이 지니고 있던 유일한
재산인 렙톤 두 닢, 오늘날로 환산하면 천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헌금함에 넣습니다.
우리 눈에는 참으로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가난한
두 과부는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놓은 것입니다.
당시에 이스라엘은 남성 위주의 사회였습니다.
따라서 남편 없이 홀로 살아가는 과부는 사람들로부터 온갖 무시와 차별을
받으며, 극심한 가난 속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과부들은 절망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와 복음에 나타난 두 과부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하며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들은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해야 할 처지였지만,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놓은 것입니다.
이처럼, 비록 몸은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이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축복과 자비의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두 과부에 관한 말씀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심지어 우리의 목숨까지도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우리가 잘나서, 능력이 뛰어나서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허락하셨기에 우리가 받아 누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부족함을 느끼며,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집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차고 넘치도록 후하게 은총을 베풀어주셨지만,
우리는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 대신 오히려 원망을 늘어놓습니다.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알면서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변명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책임을 외면한 채 살아갑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많은 재물을 바치는 것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고 섬기기를 바라십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를 걱정하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가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가 아니라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나눔의 실천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40) 아멘.
-곽준영 유스티노 신부 (후곡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