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주일
올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늦어지는 비 소식에
농부의 마음이 타들어 갔습니다.
가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오랜만에 비가 왔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강론 중에 신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가뭄 중에 비가 오면 누가 가장 기뻐할까요?"
신자들은 모두 "농부들이지요."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아닙니다. 농부도 기뻐하지만, 가장 기뻐하는 것은
비를 맞게 되는 모든 피조물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런데 인간 중심의 생각으로 모든 피조물과 하느님마저도 인간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여겼기에 이 세상 만물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함부로 사용되었고,
그렇게 오남용한 결과가 자연과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급기야 인간 소외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창조의 하느님이자 회복의 하느님이십니다.
무릇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만물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하느님의 구원 의지이고, 그 구원의 협조자로서 인간이 초대되었습니다.
농민 주일을 맞이해서 우리가 오늘 들은 복음 말씀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농부이신 하느님의 마음은 우리가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말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겠
지요. 우리의 삶이 말씀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창조의 하느님이자
회복의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농부이신 하느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내 자신을 내어 줄 수 있겠지요. 덜 욕심내고 더 나눌 수 있고,
내가 수고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나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피조물과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 세상도 인간의 본성도 회복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각성된 그리스도인들의 복음적 삶을 통해 이 땅에 풍성한 열매가 맺어지길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김승한 요셉 신부(토평동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