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서 살아가기

2016. 11. 28. 오전 6: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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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서 살아가기



제 책상에는 이 말이 적혀 있습니다. "읽는 것을 믿고, 믿는 것을 선포하고, 선포하는 것을 살아가십시오." 부제품을 받을 때 주교님께서 해 주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려 다짐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읽는 것’이 언제부턴가 낯선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 삶과는 무관한, 그래서 아무런 감동이나 감흥이 없는 그냥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읽기 전에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고 나를 바라봅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주위의 소리를 듣습니다. 어디서든 어느 때고 나를 바라봐 주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그러고서 다시 읽고 그것을 믿고 열심히 선포하려 합니다.

아직은 부족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읽음이 헛되지 않습니다. 낯선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마무리하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 우리는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루카 6, 36).는 주제성구로 서른두 번째 성서주간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참 미묘합니다.

읽는 것을 살아가고 싶은 저이지만 지금은 '자비'를 읽고 정의를 외치고 싶습니다. 용서와 자비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읽고 공정과 정의의 하느님을 외치고 싶습니다. 자신이 왕이라고 외치는 그 사람에게 하느님의 분노와 정의의 칼날을 들이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어가는 성경에서 '정의'는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기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자비는 결코 정의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죄인에게 다가가시는 하느님의 활동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왕이라고 자처하는 그 사람에게 회개하라 외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내려놓으라고 거리로 나섭니다. 또한 기도합니다.


이 나라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한 사람이 왕이 아닌 모든 이가 왕이 되도록,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십자가가 권력이 되고 희생이 힘이 될 수 있는 우리가 되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나를 읽고 살아갑니다. 내일도 그렇게 읽고서 살아가렵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광주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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