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도 기적을 베풀어 주십시오
예전에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한번만 나타나 주시면 굳건한 믿음으로 신앙생활
참 열심히 할 것 같은데…."
주님께서 어떤 특별한 기적을 베풀어주시거나 아니면 꿈에라도 한 번 나타나
주시면 신앙생활을 참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기적을 베풀어주시거나 눈앞에 한 번 나타나 달라고 기도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성소에 대해 고민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제직에 대한 마음이 아직 확고하지 못할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내가 너를 선택했다."라고 한 마디만 해주시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선택하신 것이 확실하다면 꿈에라도 한 번 나타나서
확실하게 말씀 좀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저에게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주시지도 어떤 특별한
표징을 보여주지도 않으셨습니다.
아마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기적을 보여주면 열심히 믿겠다."라는 마음을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기적을 주님께서 보여주신다고 해서 과연 내 신앙이
완전해질까요?
만일 그랬다면 병자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주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고, 죽은 이를 일으켜 주신 예수님의 기적을 본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믿음은 기적을 보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신뢰를 두고 꾸준히
기도하며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자라고 튼튼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음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밀쳐대면서 그분의 몸에 손을
댔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기적을 체험한 이는 하혈하는 여인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 여인에게만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당장이 예수님을 집에 모실 때에도 사람들은 아이가 죽었다며 포기했습니다.
더러는 예수님을 비웃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이들을 모두 쫓아내시고 믿음이 있는 이들만 데리고
아이에게 가서 아이를 살려 주시는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곧 기적이라는 것은 믿음을 위해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은총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 할 때에 가끔 하느님에 대한 의심이
들 때에 그래서 우리의 믿음이 흔들리려고 할 때에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믿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믿으십시오.
그 믿음을 통해 우리는 종래에 부족한 인간이 구원을 얻게 되는 가장 큰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박종수 세례자요한 신부(춘천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