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주일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예수님을 향해 군중들은 남들에게 뒤질세라
큰소리로 환호하며 저마다 자기 겉옷을 길에 펼치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꺾어 길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열광하며 예수님을 환영하던 군중은 그 열기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살인자 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칩니다.
군중의 그 기세가 얼마나 사나웠던지 빌라도는 어쩔 수 없이 바라빠를
풀어주고 예수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이 예수님을 환영하던 군중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을까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던 그 군중들은 예수님께서
하늘의 군사를 일으켜 새로운 왕국을 세울 것이라고, 예루살렘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군중의 바람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군사들을 동원하지도 로마에
저항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우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어쩌면 무력하게까지 보이는 예수님께 대한 군중의
실망은 자신들의 위치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백성의 지도자들의 선동과
맞물려 살인자 대신 예수님을 사형시키라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은 군중들이 왜 환호하고 환영하는지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도
분명히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선택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그것은 피땀을 흘리실 만큼 두렵고 외로운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반대와 조소와 분노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하셨고 마침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신앙의 이면에는 어쩌면 예수님을 환영했지만
곧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쳤던 군중의 모습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세상의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느님이 아니라 세속의 욕망이나 욕심들을 선택하고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며
서로를 무차별적으로 비난할 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용서하려하지 않을 때 우리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의 함성에 동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에겐가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길은 분명 두렵고 힘든 길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무거운 십자가를 예수님 혼자 지고 가시는 외로운 길이
되지 않도록 절제와 희생의 깨달음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 함께
해야겠습니다
-이석재 바오로 신부(덕소 협력사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