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거룩하신 분

2015. 2. 12. 오전 6: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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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거룩하신 분

 

 

더러운 영이 예수님을 보고 고백합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게도 더러운 영이 먼저 주님을 알아보고 고백합니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이 말씀에 머물며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저 자신에게 질문해봅니다. '나는 주님이 누구신지 알고 있나?' 사제로 서품되고 어느새 2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주님이 누구신지 아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합니다.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막연한 앎이 저를 망설이게 합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산길을 홀로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가까스로 도망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터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재 너머 마을 사람 하나가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랑이의 무서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댔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로부터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이 사람은 누가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면서 식은땀을 흘렸답니다. 우리는 누구나 호랑이가 무섭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앎은 간접적인 지식을 통해서 아는 것입니다. 직접 호랑이와 마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앎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체험에서 비롯한 깨달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이 누구신지 아는 것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냥 배운 지식으로 막연하게 아는 주님과 직접 체험으로 만나서 아는 주님은 너무나도 다를 것입니다. 이미 성경의 여러 곳에서 주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들 각자는 자신들이 만난 주님에 대해서 고백합니다. 그중에서 오늘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이 들려주는 고백은 우리의 앎을 참으로 무색하게 만듭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이는, 체험은 고사하고 온갖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도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표현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 아마도 이 말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다면 듣는 순간 두렵고 떨려 그대로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의미가 무엇인지 멀뚱멀뚱 헤아리고 있으니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한마디 호령에 더러운 영은 두려움에 떨며 줄행랑을 치고 도망갔건만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는 저는 제멋대로 '거룩하신 주님'을 상상하며 천연덕스럽게 주님의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이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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