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전
오늘은 로마의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입니다.
신앙의 자유를 얻으면서 324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대성전을 들어가다 보면, 문에는 "로마와 전 세계의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으뜸"이라는 라틴어 글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라테라노 대성전의 봉헌 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가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있습니다.
대성전 맞은편에는 거지 차림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동상이 서 있는데 전해오는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인노첸시오 3세 교황께서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설립 승인을 망설이던 중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교황님은 꿈속에서 충격적인 모습을 봅니다.
당시 교황청이던 라테라노 대성전이 허물어져 가는데, 당황하는 교황님 앞에는
거지 차림의 청년이 자신의 두 어깨로 대성전을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깬 교황님은 프란치스코 수도회 설립을 인준해 주었습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성인은 교황님의 꿈에 나타난 모습대로, 당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놓인 채 무너져 가는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하느님과 인간을 위한 헌신,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청빈과
단순함, 겸손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채찍을 들어 예루살렘 성전을 깨끗하게 정화하신 이야기
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로마의
화폐를 이스라엘 사람들이 쓰던 돈으로 바꾸어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제물인 동물들도 각 가정에서 가져와야 했으나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성전 안에서 팔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돈이 있는 곳에는 인간의 욕심이 작용하기 마련이라 점차 부정과 부패에
물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환전상들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요한 2,16)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성전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정하고 부당한 행위를 질타하신 것입니다.
또한 성경은 진정한 성전은 바로 그리스도교 신자의 몸과 마음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1코린 3,16)고
하십니다.
이처럼 성전은 공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바로 성령이 머무시는 영적인 상태를
뜻합니다.
따라서 우리 마음 역시 우리가 늘 정화해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는 늘 하느님의 성전인 자신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관리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성전인 이웃 형제를 소중하게 대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더욱더 거룩한 마음, 착한 마음,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주변에 사랑이 흘러넘치는 하느님의 살아있는 성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