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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일생을 구술한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를 내놓자 언론은 물론 각계 각층의 반응이 뜨겁다.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일간지는 지난 16일 책 출간과 동시에 일제히 추기경 회고록 발간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도 18일 저녁 8시와 9시 뉴스에 주요 소식으로 보도했다.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가 추기경의 인간적 나약함은 물론 보일 듯 말 듯한 외로운 눈물까지 여과없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신문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63회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한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은 김 추기경이 가난한 옹기장수 막내아들로 태어나서부터 서울대교구장직을 은퇴(1998년)하고 혜화동 주교관에 머물기까지의 삶을 생생한 육성으로 고백한 회고록이다.
1951년 사제품을 받기 전 한 여인에게서 청혼을 받고 갈등한 일화부터 서울대교구장이 된 후 정신적 압박감으로 약에 의지해 잠들기도 했고 '사랑'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사제로서 그 사랑을 올바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을 고해성사처럼 털어놓는다.
김 추기경이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천주교 서울대교구 엮음, 1997),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신치구 엮음, 1994) 등을 통해 어린시절, 가족관계, 70~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의 고뇌 등을 부분적으로 언급한 적은 있으나 출생부터 근황까지 전 생애를 총 정리하듯 회고하기는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를 통해서가 처음이다.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는 그러나 김 추기경 개인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 추기경과 함께 격변의 20세기를 헤쳐 온 한국 천주교회와 한국 사회 면면들을 진솔하게 반추함으로써 21세기 이 시대 한국교회와 사회에 참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해준다. 그래설까. 언론에 김 추기경 회고록 발간 소식이 전해진 후 평화신문에는 대형서점을 비롯해 전국에서 책 구입 방법과 가격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씨는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역사의 고난과 치욕의 갈피마다 김 추기경님이 비껴가거나 지나치지 않고 같이 하셨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이었나 느끼게 된다. 또 그분 생애를 통해 중대한 고비마다 선택한 길, 내린 결단이 곧 하느님 음성이었다는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고 고백하며 일독을 권한다.
<박주병 기자jbedmond@pbc.co.kr>
조선일보 2004-12-16
종교계뿐 아니라 사회의 큰어른으로 존경받고있는 김수환(82) 천주교 추기경의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ㆍ평화신문 펴냄)가 나왔다. 평화신문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63차례에 걸쳐 연재한 동명의 기획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998년 서울대교구장 은퇴 이후 최근까지 걸어온 김 추기경의 삶이 담겨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천주교 서울대교구 엮음ㆍ1997년),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신치구 엮음ㆍ1994년) 등에서 김 추기경의 생애가 부분적으로언급된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회고록이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가 아닌 기자(김원철 평화신문 기획취재부 차장)가 직접 김 추기경의 구술을 글로 정리했고, 김 추기경도 불필요한 수식이나 과장을 배제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김 추기경의 진면목이 가감 없이 담겨있는 것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터뷰는 지난해 봄부터 약 5개월 동안 서울 혜화동 주교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이 가운데 김 추기경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추기경으로 임명됐음을 알게된 순간에 대해 털어놓은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1969년 2월 긴급한 회의가 있어 로마에 갔다가 한국에 들어오려고 일본에 도착했다. 일본에서 하룻밤 머물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나가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동행한 장익 비서 신부(현 춘천교구장)와 가방을 들고 막 나서는데전화벨이 울렸다. 전날 찾아뵌 일본 상지대학에 있는 은사 게페르트 신부님이었다.
“아, 김 대주교, 축하해요.”
“축하라뇨? 오늘 제 생일도 아닌데 무슨 축하입니까?” “김 대주교가 추기경이 됐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추기경! 교황님이 당신을 추기경에 임명하셨어요.”
“무슨 농담이세요.”
“아니라니까. 여기 신문에 당신 이름이 이렇게 났어요.”
수화기를 들고 한동안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내가 한 첫 말은 ‘임파서블(impossibleㆍ불가능해)’였다.」 김 추기경이 만난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시인 김지하, 마더 테레사 수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김 추기경은 1980년 정월 초하루, 새해인사차 방문한 전두환 소장(보안사령관겸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에게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라고 쓴 소리를 했다. 김 추기경은 1981년 5월 방한한 테레사 수녀에 대해서는 “정말 그리스도의 사랑을 깊이 사신 분이다. 가난ㆍ불평등ㆍ전쟁 등 인간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의궁극적 해답을 갖고 계셨다”고 회고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머리말을 통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어느 날 이승의 생을 마감하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온전히 드러날 것입니다. 나보다도 나를 잘 아시는 분이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