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사위에게

2011. 9. 22. 오후 12:49:37

글자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우리 딸 시집을 보내고 나니 같이 떠나 버렸다.

딸은 아직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집을 떠나 온 내 마음 만큼이나 서늘하다.

가을이 왔나 보다.

 

 내 가슴에 담백한 웃음으로 찾아와 차 한 잔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차가운 밤바람 맞으며 그 곁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 줄줄 아는 사람.

지나간 추억을 벗 삼아 편지를 써 줄 사람.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저희 집 혼사를 축하해 주신 모든 ME가족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결혼식 날 주례선생님 대신 제가 딸과 사위에게 들려준 덕담입니다.

......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이 결혼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참석하신 하객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구나 때 아닌 늦더위로 여러 가지가 불편한 이곳 까지 모시게 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메말랐던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반가운 단비라 생각하시고 새롭게 출발하는 아름다운 이 부부에게 행복만이 가득하길 빌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소중하고 귀하신 분들이지만,

특별히 감사해야 할 분이 두 분 계시기에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제 아버님과 장모님이십니다.

 아버님께서는 그 누구보다 높은 열정과 희생으로 40년이 넘게 교직에 봉직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영원한 스승으로, 또한 제 자식에게도 올바른 스승의 길을 가르쳐 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버님께서는 올해 88세 미수를 맞이하셨습니다. 얼마 전까지 무릎과 발목에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시고 오랫동안 입원해 계시다가 엊그제 퇴원하셔서 손녀 결혼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오시어 이렇게 참석하셨습니다.

 또 한 분, 장모님께서는 올해 연세가 여든 일곱이신데, 오늘의 주인공 예쁜 신부가 이렇게 축복 받을 수 있도록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28년 동안이나 키우며 지켜보신 분이십니다.

 지금 이 자리가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위해 덕담하는 자리지만, 저는 두 분께서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늘 건강하시어 오래 오래 장수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맘에서 이렇게 소개해 올렸습니다.

 제 딸과 사위는 둘 모두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촉망받는 인재입니다.

오늘 딸과 사위에게 덕담을 하려는데, 짧게 하라는 주문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려서 간단하게 편지를 썼습니다.

.......

사랑하는 나의 딸, 단비야!

너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 많은 아이였지.

어릴 때 전곡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동안 너와 엄마가 천정의 선풍기를 보고 뭐냐고 묻고 대답하기를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너는 또 항상 반듯하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아이였다.

네가 중학교 다닐 때였지.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빠가 아파트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려는데, 등교 시간에 쫒기면서도 너는 인도로 다녀야 한다고 아빠 손을 끌었었지.

 그런 네가 자라서, 오늘 시집을 가는구나!

아빠는 네가 이제까지 올바르게 살아온 대로, 이제 너와 남편의 행복을 위해 지혜로운 아내가 되어주기 바란다.

 사랑하는 사위!

오늘 자네는 자네를 한 인간으로 완성시켜줄 아름다운 반쪽을 만나게 되었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고, 한 가정을 이루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부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듬직한 남편이 되어주기 바라네.

 

사랑하는 내 사위, 내 딸아!

너희가 쓴 청첩장에 이렇게 써 있더구나.

 

<부모님들께서 가끔 물으십니다. 방금 만나고 들어와서 또 전화 하냐고.>

<지겹기는커녕 갈수록 좋아져서, 방금 만나고 들어와서도 그새 아쉽고 보고 싶어 결혼하기로 했다고.>

사랑하고 보고 싶은 그 맘 변치 말고, 너희 두 사람 속에 있는 진실과 아름다움 예쁘게 펼치면서 닭살스런 부부로 영원히 살기 바란다.

 듬직한 내 사위.

예쁜 내 딸.

사랑한다!

댓글 1

  • 2011년 9월 23일 오전 11:05

    짝짝짝 다시 축하 드립니다, 늦어서 듣지 못한 이야기를 이렇게 올려 주시니..감사뿐.

†.─자유♡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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