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운동회

2009. 7. 23. 오전 4: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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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운동회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습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얼마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니, 서로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1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

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들 서로가 느꼈을 함께 있는 시간에 대한 간절함이, 그것이 단 1초라도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절실함이 어떠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진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마르6,33)

여기서 ‘육로로 달려갔다’ 함은 예수님의 일행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시었기에

배가 없던 그들이 육로로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뜻입니다.

단 1초라도 예수님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단 1초라도 예수님과 떨어져 있기 싫은

마음이 그들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함께 기도하시겠습니다. 주님, 단 1초라도 주님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주님, 변함없는 당신의 현존으로 저희 곁을 지켜 주소서.

주님, 저희 눈을 통해 읽히고, 저희 귀를 통해 들려오는 말씀으로 늘 저희와 동행하소서. 아멘.

                   2009년 7월 21일

                             차동엽 신부님 복음 묵상에서

 

댓글 2

  • 2009년 7월 23일 오전 11:03

    아~멘!!

  • 2009년 7월 23일 오후 4:5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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