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네 마음을 내게다오

2007. 3. 6. 오후 11:08:23

글자

 

 

 

 

수도회에선 일 년에 몇 차례의 대피정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차례에 피정을 신청해서
일년 동안의 양식을 구하는 사랑의 대장정이라고 할 수 있죠.
피정이 시작되면 피정을 하는 수녀님들이 주님과의 깊은 일치를 이루는
은총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공동체 수녀님들은 기도로 응원을 합니다.
8일간의 고요한 시간을 통과하고 수녀님들이 환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수도회 이곳저곳에선 축하의 인사가 넘쳐납니다.
피정의 은총으로 빛이 나는 수녀님들 얼굴을 보며
‘시나이 산에서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세의 얼굴처럼
눈이 부셔서 못 알아보겠다'고 하며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정말 축제 같습니다.

그러고는 피정 체험을 듣고 싶어서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둘러앉습니다.
수녀님을 눈부시게 만든 그 은총을 조금이라도 얻어 누릴 수 있길 바라며
체험을 나누어 달라고 청하는 거죠.
처음엔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지만 주님의 사랑을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수녀님은
저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하느님만 바라보며 전면적으로 살고 싶은 수녀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삶의 많은 부분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셨답니다.
기도 때마다 하느님께 이런 저런 불평을 계속 늘어놓는데
주님은 가만히 듣고만 계시더랍니다.
이렇게 몇 번의 기도를 통해 모든 걸 털어내고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주님, 이 모든 걸 다 알고 계셨습니까?”하고 물으니,
주님께서 “그래, 내가 다 알고 있었다.” 하시고는
“그러니, 이제 네 마음을 나에게 달라. 다른 것은 모두 필요 없다.” 하시더랍니다.


정말 주님은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을 알고 계시고, 나와 함께 하시는데
정작 나는 다른 많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걸 보게 됩니다.
사랑 때문에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따라가며
하느님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사랑 받는 존재인지를 깊이 느끼는 주간입니다.

형제,자매님 사랑으로 부르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그분의 사랑에
마음을 열어 드리는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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