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기도하고 간구하면 놀라운 은총이 마구 쏟아집니다. 이 글은 제가 기도로 체험한 내용입니다.
약 4년 전의 일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여론을 수렴을 하고 있었다. 안내 봉사 때문에 전날 특전미사에서부터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주일 새벽미사 시간에 의견조사표를 교우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데, 미사는 시작되어 시작 성가가 끝나갈 무렵 성당 마당에는 관악산의 정기와 함께 먼동이 살포시 터오고 있었다.
늑장부리는 신자들이 주일 미사를 때우려는 마음에서 가끔 한 사람씩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성당 문을 밀치고 들어가곤 한다. 그런데 지각한 신자 한 분이 뛰지도 않고 천천히 성당 입구 쪽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각한 것이 미안한 듯 뛰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이 신자는 ‘어차피 늦은 것’ 하는 마음에서 인지는 몰라도 어슬렁 어슬렁 걸어 들어오는 것이다.
“형제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나는 인사를 건너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이 형제님은 약간 머뭇거리면서
“저-, 저는 신자가 아닙니다. 저-, 신부님 좀 만나볼 수 있을까요. ”
“무슨 일이신데요.”
상대는 “상담 좀 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한다.
“예, 일단 저에게 말씀을 해보세요. 어떤 내용이신지 알아야 신부님께 말씀 드릴 수가 있지 않겠어요. 지금 신부님께서는 미사 중이십니다.”
그리고 등나무 밑에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연인즉, 이 형제는 오랫동안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IMF 때문에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새로 들어간 직장이 또 문제가 있어 하는 수 없이 옛날에 근무했던 직장을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퇴사를 하였다가 재 입사를 하게 되니 옛날 자기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상사가 되어있고, 마음 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술을 마시게 되고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봐도 재미가 없다 보니 자연히 부부간의 갈등, 가족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직장에서도 상하간의 의견마찰 등으로 세상을 비관하게 되었으며, 매사에 의욕을 잃게 된 것이다.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 외엔 다른 생각이 없어 지난밤에도 한잠 못 이루고 새벽 같이 집을 나와 아무 생각 없이 배회하다가 우연히 성당 앞을 지나가게 되었고 무언가에 이끌려 성당 마당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나와 인연이 된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형제가 예비자 교리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게 되었고, 나는 산고의 고통도 겪지 않고 새로운 대자를 잉태하게 된 것이다. 그 형제는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나는 바오로 형제를 만나면서부터 하느님께 바오로 형제를 위하여 매일같이 간구하였다.
“주님! 이 형제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 형제와 그 가족에게 은총을 베푸시고 당신 자녀로 허락하소서.” 매일 같이 기도를 바치고 모든 일은 하느님께 맡겨드렸다. 그리고 그 형제더러 술을 마시는 대신 봉사하는 삶을 살 것을 권유하였다. 직장에서 걸레질을 하고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할 때도 신참이기 때문에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고, 동료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면서 청소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마음을 달래 주기도 했다.
그 후 이 형제의 생활은 활기차게 바뀌어가기 시작하였으며, 평소에 마음이 괴롭다는 이유로 술만 마시고 배회하던 생활에서 가정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직장에서는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다 보니 동료들로부터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사는 것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선회한 것이다. 신앙 안에서 봉사하는 즐거움을 찾게 된 것이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가끔 형제님 댁을 방문 하여 기도도 바쳐드렸다. 가족들은 가장이 천주교에 나가더니 이렇게 술도 덜 마시고, 주정도 하지 않으며, 집에 일찍 들어오고, 몰라보게 변했다고 좋아들 하며, 우리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형제는 부인과 외동딸이 함께 살고 있었고, 부모님께서도 이웃에 살고 계셨는데 불교신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렇게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암 선고를 받게 되셨고 병문안을 가서 아버님을 설득시켜 ‘요셉’이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를 드렸고, 아버님은 오래 버티지 못하시고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
그런데 우리 단원들이 요셉 형제님의 병실을 방문하여 기도를 해 드리고, 선종 후 장례식장까지 방문하여 고인을 위해 계속 연도를 바쳐드리고, 봉사하는 모습에 한번 더 감동을 받으셨는지 얼마 전 바오로 형제님 어머님께서 교리를 받겠다고 아들(바오로 형제님)의 손을 잡고 함께 교리반을 찾아 오셨고, 지난 주일에는 또 딸이 아버지(바오로 형제님)의 손을 잡고 교리반에 등록을 하였다.
형제님의 자매님도 처녀 때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어떤 연유에서 인지 냉담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머지 않아 온 가족이 우리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리라고 믿는다.
나는 바오로 형제를 만나면서부터 그 가정을 위해 항상 기도 바치는 것을 잊지않고있다. 주님께서는 내 기도에 응답을 해 주신 것이다. 내게 벅찬 선물을 주신 것이다.
바오로 형제는 현재 레지오에 입단하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불우단체에 함께 봉사도 다니고, 본당 일에 앞장서서 묵묵히 봉사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바오로 형제의 가정을 항상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