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필] 흔들리는 날에는..

2010. 9. 25. 오전 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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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날에는


        삼백토 덩이를 끊어 물레에 얹는다
        막걸리 병이라도 빚어낼 요량이지만
        이미 맘을 떠난 물레가 물푸레질만 친다
        화선지를 펼쳐놓고 발묵潑墨을 해보지만  
        손끝을 떠난 붓질이 이미 동구밖에서
        풍경을 엉망으로 망쳐 놓는다
        캔버스 앞에서 한식경을 망서렸지만
        붓끝이 떨려 아예 물감통을 접어 버렸다
        아~ 벌써 가을 이던가
        이 가을엔 결국 무엇 하나도 완성할 것이 없을성 싶다
        촛불을 켜자 귀뚜라미 한마리가 잠자리에 들어있다
        밤새 내 몸을 타고 다니던 그놈을 그냥 내버려 뒀다
        가을이기 때문이다
        한숨이 길어 문풍지가 떨리며 운다
        먼 산너머 길을 따라 가다가 갈 길을 잃어버린다
        가을길은 유난히 희미하다
        저무는 인생 길과도 많이 흡사하다
        별짓을 다하다 모니터 앞에 앉는다
        자판 글자체는 많은데 내가 갖을 글자가 없다
        바람이 데려다줄 글자도 없는 모양이다
        가을이기 때문이다

        단풍도 들기전에
        폭우가 잎을 다 떨구어 버렸다
        허리 잘린 나무들이 뿌리를 들어내고
        물 소리마져 겁에 질려있다
        가을은 저만치서 아니마냥 물끄러미 서 있다
        흔들리는 날에는
        조묵도 물레도 캔버스도 아무런 애착이  없다



 

댓글 1

  • 2010년 9월 25일 오후 1:27

    노래음이 가슴을 탁 치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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