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 마종기

2009. 1. 17. 오전 6:33:41

글자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 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리면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 詩
 
 

댓글 2

  • 2009년 1월 19일 오후 6:19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 황 동규 시 "시월' 중에서

  • 2009년 1월 20일 오후 9:44

    마종기 시인을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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