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숙자의 기도

2010. 7. 21. 오전 9:50:31

글자
어느 노숙자의 기도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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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를 잃은 집시 에게는


찾아 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 의 아름다움도

집시 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 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었는데


모든 것 잃어 버리고

사랑 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 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 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굼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 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 로 얼굴 숨기며
 

아려 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 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 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 평생의 끝 자리에서 잠자리 를 걱정 하며


석촌공원의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 앞에서 춤춘다.

뒤엉킨 실타래 처럼... 난마 의 세월들...


깡 소주 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 대고

수치심 잃어 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렛줄 서너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 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 하자니





눈물을 찍어 내는 지어미 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 해야지


교만 도 없고, 자랑 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 하다고 주저 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 가야지...

걸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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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2일자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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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어려워지고
 
한국사회에서 노숙자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도 이런 아픔들이..

댓글 3

  • 2010년 7월 21일 오후 7:38

    서울 영등포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의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시(詩)가 있다. 제목은 '집시의 기도', 부제(副題)는 '충정로 사랑방에서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다. 장씨는 작년 6월 1일 부천대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은평의 마을 관계자는 "장금씨는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돼 벽제화장터로 갔다"고 했다. (조선일보에서

  • 2010년 7월 21일 오후 8:49

    누구도 그런 인생을 원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빠져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수치심과 분노가 생기겠죠. 그렇지만 언제나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굳건히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2010년 7월 21일 오후 10:52

    ...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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