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가정공동체' 심포지엄

2004. 12. 12. 오후 7:16:50

글자

 

 '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을 구분해야 하나. 가정이 남성에게는 안식처지만 여성에게는 일터다…'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대표 최혜영 수녀)이 명동본당과 같이 2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한 '도전받는 가정공동체'심포지엄은 여성주의 시각으로 가족변화 현실을 들여다보고 오늘의 가족변화를 '문제'로 볼 것인지,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볼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 자리였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정상' '비정상'으로 가정형태를 구분짓지 말고 다양한 가족형태 안에서 교회 본질인 사랑의 공동체와 생명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가정 안에서 남녀 평등성을 강조해 나갈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혈연을 넘어선 신앙공동체 가정인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이 시대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가정형태로 제시했다.

 심포지엄은 가톨릭여성연구원 연구원들의 발제와 논평,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발제는 △한국 가족의 변화와 교회의 역할(강완숙, 아동ㆍ가족학 전공) △근ㆍ현대 유럽의 가정과 한국의 가정상(박지현,서양현대사 전공) △한국 현대소설에 나타난 가족문제(김윤선,한국현대문학 전공) △영화로 들여다 본 한국가족(이혜정,문화영성 전공) △구약성서에 나타난 부부 의미와 역할(박은미,영문학 전공) △신약성서 안에서의 여성과 가정(최혜영 수녀,신약성서 전공) △교회가 바라보는 가정, 여성이 바라보는 가정(강영옥,교의신학 전공) △그리스도인 가정과 영성(송종례 수녀,영성신학 전공 )이었다.

  논평은 대구가톨릭대 이인숙 전임연구원, 이기중 한양대 문화인류학 강의교수, 한상우 한국교원대 교수, 김민수 신수동본당 주임 신부가 맡았다.
 
 ▨한국 가족변화와 가정상
 강완숙 연구원은 "사회구조 변화와 함께 여성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여성 자신의 역할 인식 및 가족 관계에 대한 기대가 변하고 있으나 가족 내 여성 역할에 대한 일반적, 사회적 관념과 남성의 기대는 여전하다"며 그런 점이 가족갈등과 가족해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이와함께 가족의 건강성을 좌우하는 것은 가족형태가 아니라 가족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결정과정, 상호 신뢰와 헌신 및 친밀성 유지라며 가족이 처한 소외ㆍ 왜곡된 관계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가정사목의 영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연구원은 18~19세기 유럽사회와 교회가 정착시킨 '정상적 가정상'을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사회와 교회가 정착시킨 '정상적 가정상'에서는 남편과 아내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1ㆍ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여성 노동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비정상적 가정'이 많아지면서 정상적 가정상의 가부장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여성의 가정 역할을 강조하면서 어머니로서 여성상 강조를 위해 어머니 날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상이 현대사회까지 이어져 남성은 대체로 가정밖 생활을, 여성은 가정내 현모양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처럼 뿌리내려 왔다고 박 연구원은 주장했다.

 심포지엄은 또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가족 이기주의, 이혼 가족과 불륜 문제, 경쟁과 출세위주 사회의 가족 모습 등 한국사회 다양한 가족 현실을 살펴보면서 교회가 '정상 가족'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런 가족 문제들에 대해 좀더 솔직하고 개방적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서에 나타난 부부와 가정
 박은미 연구원은 "가정공동체를 형성한 최초의 부부인 아담과 하와는 가부장 사회질서에서 여자는 남자에 속한 존재로 차별받아왔지만, 본래 여자와 남자는 그 본질상 동등하고 서로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로 창조되었음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연은 "아담과 하와, 아브라함과 사라 및 하갈, 야곱과 라헬ㆍ 레아 등 창세기 족장 설화는 '성장하는 부부 이야기'로 부부 관계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참된 공존 의미를 일깨준다"며 배우자 서로 보완을 거부하는 수직적 우열 관계가 가정 공동체를 깨뜨리고 모든 인간관계 자체를 파괴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혜영 수녀는 예수의 가정관은 당시 가부장적 혈통중심적 가정관과 달리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는 새 가족으로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도인 가정은 혈연 중심의 가족의식을 넘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공동체로 성장해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가족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를 넘어선 공동체 의식도 강조했다.

 이와함께 여성ㆍ가정ㆍ노인ㆍ청소년ㆍ환경ㆍ사회복지사목 등을 서로 연계하는 통합사목 계획을 수립하고 여성의 일방적 희생으로 전통적 가족제도를 유지해 갈 수없을 것이기에 약자의 인권 보호와 이웃 사랑 실천 차원에서 접근할 것도 제안했다.
 
 ▨교회ㆍ여성이 바라보는 가정과 그리스도인 가정 영성
 강영옥 연구원은 가족형태는 변하나 가톨릭 교회가 제시하는 가정에 대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그 가르침에 대한 해석에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교회가 제시하는 가정공동체는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 △사회의 기본 세포 △사회발전에 참여하는 공동체 △친교ㆍ섬김ㆍ나눔이 이뤄지는 작은 교회이나 이런 이상적 가정관과 실제 가정 사이에는 현실적으로 갈등과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는 게 강 연구원의 지적이다.

 강 연구원은 "가정이 사랑과 친밀성을 나눌 수 있는 장소로 강조되지만 여성에겐 자기 희생과 소외의 장이 되기도 해 남편과 자녀 성공을 통해 보상받으려 하고 가족을 위한 맹목적 배려와 사랑이 모성 신화 속에서 미화된다"고 지적하고 교회가 강조하는 사랑이 실제 여성에게만 강요된 덕목이 아니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종례 수녀는 "가정이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 오늘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가르침을 가장 먼저 가정 안에서 실천함으로써 가정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생명존중 사상을 키우며 작은 일상사를 통해 그리스도 사랑의 육화와 파스카 신비를 체험하도록 하는 영성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은 가정 복음화를 이루고 이는 사회를 복음화시키며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감을 갖도록 하기에 그리스도교 가정의 영성 개발을 위한 가정 복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신부는 탈산업화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가면서 부모 역할이 상실돼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디지털 세대의 자녀와 아날로그 세대의 부모간 문화차이 극복을 위한 노력과 아울러 이웃 복음화를 위해 어려운 가정돕기 뿐아니라 환경, 생명, 문화 영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제안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손병두 한국평협 회장은 '정상가족'의 신화가 신화만이 아니라는 것은 ME 부부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고 말하고, 다양한 가정들이 하느님 가치로 가도록 노력할 것과 아울러 평협의 '아ㆍ가운동'을 소개했다.

 염수정 주교는 오늘의 가정공동체가 도전받고 있지만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이 가정이라며 건강한 가정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자유로운 이야기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