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하여라...."

2005. 1. 10. 오후 2:17:12

글자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하여라.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마태 3,15)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할 무렵,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기 위해 요한을 찾아오십니다. 요한은 예수님께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떻게 선생님께서 제게 오십니까?”(마태 13,14) 하며 굳이 사양합니다. 요한은 죄의 회개를 상징하며 용서의 길을 여는 물세례를 베풀었지만, 주님께서는 죄로 얼룩진 모든 허물을 태워버리고 그렇게 정화된 사람 안에 하느님의 생명을 가득 채우는 성령의 불로 구원의 세례를 베푸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요한이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 자격도 없으며, 또 주님께서 요한에게 물세례를 받으실 필요도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이다.”(마태 3,11) 고 하시면서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도 망하는 것을 원하시지 않는 분’(마태 18,14)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라도 잃지 않고 세상 모두가 구원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물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곧 아무런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하느님의 뜻대로 구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요한의 물세례가 상징하는 죄의 회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범으로 보여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세상의 죄인들을 대신하여 하느님 앞에 회개하는 그들의 마음을 봉헌하시기 위해서였으며, 앞으로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 물로 세례를 받을 신앙인들을 위하여 세례의 물을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으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를 위해 스스로 죄의 멍에를 메시고 회개를 위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로써 그리스도인들에게 물로 베풀어지는 세례를 용서와 생명을 선물하는 성령의 불로 베풀어지는 세례로 승화시키셨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받은 세례, 그리고 앞으로 세상 사람들이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받게 될 세례는 죄와 죽음을 없애고 하느님의 생명을 선물로 받게 하는 구원의 입문성사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는 우리는 세상과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모두 구원으로 이끄시기 위하여 스스로 낮아지셔서 죄인의 멍에를 메시고 몸소 회개의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용서와 생명을 선물하는 성령과 불로 베풀어질 구원의 세례를 마련해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의 찬미를 드려야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또 주님의 공로를 헛되게하지 않도록 죄와 죽음의 길을 벗어나 하느님 아버지를 향하여 늘 생명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전주교구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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