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고등학생 때 한 친구가 피정을 다녀온 뒤의 체험을 들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여느 피정 때보다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기분 좋게 다른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본당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답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그는 옆 친구와 이야기하던 가운데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격앙된 나머지 자칫 주먹다짐까지 벌어질 뻔했습니다.
앞으로 깨끗한 마음으로 더욱 새롭게 살려고 다짐했던 피정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다투게 되어 속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 뒤에 만난 피정 지도 신부님은
그 친구에게 오늘 복음 말씀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신부님은 피정도 중요하지만 그 뒤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친구에게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시간이야말로 더욱 깨어 있어야 할 때입니다.
미사 때에 은총을 체험했으나 성당 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화낼 일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직후에
오히려 성당에 가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짜증 날 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늘 염두에 두면서 성당 울타리 안뿐 아니라
그 너머에서도 주님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맙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