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2005. 9. 19. 오후 11:24:11

글자
'서간’수업 때, 손가락 끝으로 성서를 이리저리 넘겨가며
김영남 신부님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는 행복한 요즘이지요?
마침, 바오로의 고난을 예로 들어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는 우리네 신자들이
하느님 앞에 우리 삶을 어떻게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원 베네딕트 선교사의 설교말씀이 있기에 링크 걸었습니다.
주제는 "헌신하며 봉사하라."입니다.







한국교회사 첫 시간 때 이영춘 신부님께서 성지와 순교자에 대해 강의를 하시면서,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개신교에선 그때그때 삶 속에서 만난 하느님에 대해 증거하는 것을
‘간증’이라는 말을 빌려 예배 시간 때 공식적으로
신자들한테 전하는 게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24살 때 예수님을 만났지요.
예수님을 만남과 동시에 비루하고 초라했던 제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일대 전환점을 맞은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기에
갓 발을 들였던 모 선교회에 아예 말뚝을 박아버렸습니다.
그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하느님 은혜와 은총 속에 감사로 살던 때라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까
온통 관심사가 하느님께로 집중돼 있었고
그럴 때 선교회에서 듣게 된 동갑내기 친구, 경구(가명)가 했던 간증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경구는 한의대생으로 한의사 자격증을 24살 젊은 나이에 취득하게 된 행운남이지요.
한의사 자격증도 고시처럼 고시촌에 들어가 공부해야만 합격된다는
지금과 같은 세속적인 풍습이 그 당시에도 만연해 있었지만,
경구는 그 불문율을 따르지 않고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드렸다더군요.

“하나님...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고시촌에 들어가 코피 터지게 공부하면
언젠가는 합격되긴 하겠지요.
그게 삼년 뒤가 될지 십년 뒤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저도 언젠가는 꼭 붙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고시촌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 인간적인 노력들을
다만 얼마라도 하나님 앞에 내놓으려하니
받아주시고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십시요.
하나님께 꼭 쓰임 받으리라 믿으며 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그렇게 기도드린 즉시 고시촌에 들어갈 돈 전부를 하느님 앞에 헌금했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른 채 한의사 시험친다는 놈이 공부는 뒷전이고
선교회 나와서 다른 사람들 하는 일 돕는 다는 거보고
저렇게 해서 한의사자격증은 언제 따겠냐... 텄다!
경구를 시원찮은 놈으로 판단해버렸습니다.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지냈었지요.
그랬다가 경구의 간증에 보기 좋게 한 방 맞은 꼴이지만요. ^^



그런 경구와 저를 비교해봤습니다.
내 생에 예수님 만나기 전까진 내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었던가를...
얼마나 이해타산에 밝고 약삭빠른 인간이었던가를..
그렇지만, 제 피나는 인간적인 노력은 거의 실패와 좌절로 끝난 데 반해
하느님이 함께 해주시는 경구의 삶은 만사형통이었습니다.
그 때, 깨닫게 된 건 바로 이거였습니다.

“아~ 기도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그 이후로 어떤 바람이 있을 때마다 경구의 기도는 제 기도가 되었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경구의 기도원리를 응용해서
하느님 앞에 기도로 땜방하며 지내게 된 거지요.
이러한 사고는 여기 가톨릭으로 와서도 변함없는 제 불변의 신앙 원리랍니다.
사람들은 제게 재주가 참 많다고 이야기하지만,
경구를 만나기 전의 제 모습을 떠올려 볼 때, 아니,
하느님 앞에 기도로 매달리기 전의 제 모습을 떠올려 볼 때
사람들이 제게 해 주는 칭찬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선교일에 바빴지만, 세상 일에도 안 되는 게 없었던 천하무적 제 인생에
개신교 쪽으로 모태신앙인인 어떤 여자분을 우연히 부산에서 만나게 됩니다.
정말 재주도 많고 무엇보다 굉장히 예뻤던 사람이었는데 취직을 하지 못해
서울서 부산의 제가 근무하던 학교까지 자원봉사를 하러오게 된 것이지요.
졸업은 했는데 과거의 저처럼 취직을 못해
인생 막 헤매고 다니는 모습이 동병상련이었기에
예수님이 제 인생에 어떻게 찾아와 제가 특수교사가 될 수 있었는지
그 희안한 과정과 좋으신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한 달을 제 자취방에서 그렇게 났습니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영미(가명)에게도 하느님께서 찾아와 길을 열어주셔서
영미는 인천 모 특수학교에 교사로 발령받아 저와 헤어지게 되었지요.



어느날, 목사님으로부터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춘연아, 대체 니가 어떻게 했기에
영미라는 사람한테서 백이십만 원짜리 수표가 헌금으로 오게 된 거니?"

영미 어머니한테서 사연이 담긴 편지와 헌금으로
빳빳한 십만 원짜리 수표 12장이 보내져왔는데,
영미의 첫 월급을 선교회 통해 하느님께 드리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놀라기는 목사님보다 제가 더 놀랬습니다.
영미 어머니도 보수파 개신교 신자인데, 그 당시 교회 흐름에 비추어 보더라도
자기 교회 아닌 타 교회와 상종하거나 서로 왕래하는 일이 잘 없었던지라,
타교회로부터 선교회 쪽으로 헌금이 들어왔다는 건
선교회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미한테 제가 한 일이라곤 하느님을 전한 일밖엔 없었는데
아직 거기 선교회 사람도 해 본 일이 없는 일이 일어났으니....



영미 모녀의 일로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서원하고 직장을 받은 난 첫 월급을 어떻게 했나?
그 때만 하더라도 입으론 하느님 딸이요, 속은 세상의 딸이니
부모님께 효도한답시고 첫 월급 째 부모님을 드리면서
하느님에 대한 십일조를 교묘하게 떼먹어 버리는 일을 저질렀다가
나중에 하느님께 뒤통수 맞고(죽다 살아났음...^^;) 뒤늦게 정신 차린 케이스라
그 일은 두고두고 제게 교훈으로 새겨져 있답니다.
부모님께 월급을 갖다 드릴 때의 제 속마음은 월급을 갖다 드리면
시집자금으로 부모님께서 도로 제게 모아주시리라는 계산으로 꽉 차 있었기에
애초부터 하느님께 드리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던 거지요.



위 동영상에도 잠시 인용돼 나옵니다만은...

“네 소유를 바치고 땅에서 난 맏물을 드려 야훼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네 곳간이 가득 차고 네 술틀에서 햇포도주가 넘쳐나리라.(잠언 3; 9-10)”
“너희 농토에서 난 햇곡식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너희 하느님 야훼의 집에 바쳐야 한다.
수염소 새끼를 제 어미의 젖으로 삶으면 안 된다.(출애굽기 34; 26)”

하느님께 첫 맏물을 드린다는 거... 인생에 몇 번 있을까요?



제게는 그런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왔었는데
저는 두 번째도 영미처럼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으론 그 일을 깊이 새기고 있었지만
막상 그런 기회가 현실로 제 앞에 다가왔을 때 저는 또 회피해버렸거든요.
알면서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제 안의 나약함이 말씀을 듣는 방학동안
하느님께 죄송스런 마음으로 자리잡더군요.
내 꼬라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감사함...
주신 것은 너무나 많은데, 드릴 것도, 드린 것도 너무나 없는 부족한 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하느님 앞에 울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또 다른 목사님 설교말씀 듣다가
바보 도 터지듯이 마음이 깨이게 된 게 바로 새벽미사였지요.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하루의 첫 맏물, 첫 제사, 첫 제단... 새벽미사!
이때껏 살아오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난 적은 수학여행이나
소풍 갈 때 외엔 별로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일찍 일어나봐야 보통 6시 30분이 최고인데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 생길 때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 제단을 쌓아올렸다면서
아브라함에 관련된 성서구절을 예로 든 그 말씀이
제 안에서 살아 움직여 행동으로 옮기게 될 줄은....



갑자기 수업 중 김영남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성서 말씀은, 말씀 그 자체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샬롬~



말씀은
바로 네 곁에 있고
네 입에 있고
네 마음에 있다.
<로마 10; 8>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옵니다.
<시편 119; 105>

댓글 4

  • 2005년 9월 20일 오전 12:29

    하느님께서는 여러가지를 원하십니다. 때로는 돈을, 때로는 새벽미사를, 이제는 다니엘라의 달란트를... 마음껏 펼치십시오. 이제 다니엘라는 나누어 주는 언니가 되어있을겁니다. 더 이상 받지도, 받을 것도 없을겁니다. 오직 나누어 줄 것만 있을겁니다. 축하해요. ...

  • 2005년 9월 20일 오전 1:15

    게시판 28번, 37번에 차동엽 신부의 그리스도교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전망 1, 2부를 동영상으로 올려왔습니다. 꼭 한번 보시길~~

  • 2005년 9월 20일 오후 8:36

    그랬었군용^^* 어쩐지~~~천사 다니엘라님 얼굴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넘 빛나서 깜짝 놀랬답니다^^* 물질의 십일조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십일조! 울 주님 넘 기뻐받으시지용^^*샬롬

  • 2005년 9월 21일 오후 6:23

    저보다도 전례준비 때문에 아침 7시에 신학원 가시는 분... 세실리아 자매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참, 요즘 자매님께서 선물로 주신 립스틱 열심히 바르고 다니는데요... 자매님 사랑의 기운 때문인지 저 요즘 말이 좀 되는 인생 살고 있답니다.^^ 글고 아네스 언니... 아랐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