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입니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데 군에 간 아들과 그 동료인 우리의 군인들,
이 취위에 어떻게 견디는지 가슴이 저립니다.
또 추위에 떠는 가난한 이웃들은...?
이토록 추운 밤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어
지난 시절 우리의 추억속에 있는 겨울 풍경하나 그려봅니다.
어느날 무슨 일로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는지는기억이 없지만
그날 너무나 추워
할머니 손잡고 흰 눈밭을 엉엉 울며 걸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었던 것 같습니다.
엉엉 우는 나를 달래며 바라보시던 할머니 얼굴이 그리워지네요.
이렇게 차가운 기운 맴돌면 그옛날 문풍지 울던 밤이 그리워집니다.
찬바람이 나기 전 문짝 떼어내어
문짝의 한 귀퉁이에 고운 잎 하나 끼워 창호지 곱게 바르면
그제로부터 겨울나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마당 가득 장작더미 올리고 동네 아낙들 모여 김장담그면
어느새 첫눈이 겨울을 고합니다.
매서운 바람에 문픙지 울면
군불 따땃하게 지핀 온돌방
서로 아랫목 찾느라 발싸움입니다.
따끈한 곳에 발들을 모으면 그때부터 겨울밤은 정답습니다.
할머니 졸라대어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
그시절 무쟈게 무섭던 도깨비 이야기.
유난히 겁이 많던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던 밤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 무서워 잠 못 이루면서도 왜 그토록 그런 이야기가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은 이야기 또 듣고...,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던 이야기들...
이야기 하시다가 입이 마르시면 얼음을 깨고 가져오시던 동치미 무우, 지금도 아삭아삭 서늘한 그 맛이 생생합니다.
먼데서 들리는 "찹쌀떠~억, 메밀묵" 소리에 군침을 흘리고
어쩌다 사먹던 그 찹쌀떡의 맛이란..
불을 끄고 이불속에 들어 잠을 청하면 차가운 북풍에 바르르 떠는
문풍지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주던 밤이었지요.
그래서 전 겨울밤을 좋아합니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싸아하게 시리던 밤.
나는 그 싸아한 한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도 찬바람 우는 소리가 나는 밤이면 그 옛날의 그 풍경이 그리워집니다.
한 이불 속에서 여럿이 몸을 묻고 서로 이불을 끌어당기며 낄낄거리기도하고
또 투덕거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겨울밤은
정겨웠는데....
그 옛날, 우리네의 집 구조는
마루와 각 방의 문들이 밖으로 노출이 되어 방문만 열면 그대로 마당이었습니다.
이슬비만 와도 사르락 거리던 빗소리,
눈내리는 밤이면 창문에 사각거리던 눈 부딛치는 소리들이
그대로 방안에서도 들리고
눈만 뜨면 눈 쌓인 하얀 마당이 금새 눈에 들어오던 그런 집.
이젠 그런 집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들 성화에 이야기 짜 내시느라 고심하시던 할머니,
놋화롯가에 둘러 앉아 밤 구워먹다
군밤이 튀던 소리에 화들짝 놀라던 그 화롯불가의 풍경.
그 정겨운 겨울 풍경들이 이젠 고스란히 내 기억의 한 켠에 갇혀있다가
이처럼 북풍이 우는 밤이면 가만히 내게 다가옵니다.
************************
홈피가 썰렁해서리 지난 날 썼던 글 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