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만나는 동창들의 모임이 있어서 강남 나들이 가던 날이다.
강남 제비를 만날 건 아니지만서두 모처럼의 나들이에 정성껏 얼굴 토닥거려 백가면(? ㅋ)을 쓰고
옷자락 살랑거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중앙차로제가 실시되어 여기서 강남까지 뭐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겠지 하는 맘으로 여유를 부리면서.
그런데 이거이 뭔 일?
버스 정류장이 도로 한 복판에 있다보니 양쪽에서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에 고개를 어디로 향해야 할지 숨을 쉴 수가 없다.
30분에 한 대씩 다니는 버스는 내가 오기 직전에 출발을 했는지
30분여분이 다 되도록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나는 마치 가스실에 갇힌 것처럼 숨이 막혔다.
손수건으로 코를 막아보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격이다.
중앙차로제가 아닐 때에는 그래도 차도가 아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숨은 쉴 수 있었는데 양쪽에서 뿜어대니 고스란히 들이 마실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중국으로 부터 오는 황사는 호들갑스럽게들 굴면서 정작 우리 곁에서 우리를 죽이고 있는 매연에는 조용하다.
매일 이 중앙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출퇴근 하는 우리 가족들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중앙차로제가 성공적이라고들 하는데 몇 십분 먼저 가려다가 몇 십년 앞서가겠다.
중앙차로제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서민들을 위한 제도라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서민들은 이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 정책을 실시한 사람들 도로 한 가운데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10분만 서 있어 보라.
아마도 그 사람들은 그 정류장에 한 번도 서 있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을 비까번쩍한 고급 승용차로 매연 펑펑 뿜어대면서 그 정류장을 지나갈 것이다.
오직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졸속정책이 아닐 수 없다.
중앙차로제 실시 전에 매연을 줄이는게 선행 되었어야 한다.
강남역 버스정류장은 더 심했다.
강남 나들이 갔다온 날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이 넘게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와 병원에 다니고 있다.
기왕에 실시된 곳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실시하려고 하는 곳이라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매연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