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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요긴한 먹거리와 볼거리였고, 때로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전설의 주인공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서적 구심점이 되기도 하였다. 우연히 잡힌 잉어를 놓아준 사람에게 잉어가 크게 보은하거나, 어렵게 잡은 잉어로 노모를 보양해 효행을 일깨운 이야기도 있다. 또 우리 조상들은 거센 물결을 기운차게 펄떡이며 뛰어올라 밤낮없이 눈을 감지 않고 유유히 자유롭게 헤엄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풍요로운 생명력을 지닌 구도자의 상징을 떠올렸다. 또한 당시 어로 중심의 경제생활은 백성들의 궁핍한 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기에 강과 물고기는 민간신앙의 대상이었고, 물고기를 먹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산사의 예술가들은 물고기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도자기와 바위에 새겨 서예 작품이자 공예품의 가치를 갖는 귀중한 유물이 되었다. 육상에 사는 짐승에 비해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물속 생활이 보이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물고기를 신비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문제와 이상을 물고기에 투영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되었다.

조상들의 삶의 동반자,
물고기에 대한 역사적 기록들
우리나라 물고기에 대한 오래된 기록으로 1425년 하연이 펴낸 ‘경상도지리지-토산부’에는 25종의 물고기 이름과 산지가 적혀 있고, 1530년 이행 등이 편찬한 ‘신증 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과 그 이후에 발간된 ‘재물보才物譜’, ‘물명고物名考’, ‘명물기략名物紀略’ 등에도 우리나라 물고기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1814년 정약전이 펴낸 ‘자산어보玆山魚譜’이다. 이 책은 저자가 흑산도 유배 생활 16년 동안, 흑산도 근해에 분포한 101종의 어류를 포함해 해산 동식물 200여 종의 이름·형태·생태 및 경제적 가치를 세밀하게 정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학 책이다. 그 후 1834~1845년에 서유구가 편찬한 ‘전어지佃漁志’는 어류 97종의 형태와 생활 습성 및 서식지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특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유산으로서 천연기념물의 가치
물고기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고생대 말기인 4억 5천만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수백만 년 전 한반도 수계에 물고기가 들어온 이후 우리나라 물고기들은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자연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지금까지 정착하였고, 인류 역사보다 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졌기에 그 어느 것보다 귀중한 자연유물이라 생각한다. 물고기뿐 아니라 모든 야생 동식물의 생물종은 그 지역의 환경적 특성과 역사성을 반영해 왔고, 그들의 기이한 모습이나 습성은 신비의 대상으로 인류 문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또 과학의 발달로 동식물의 생태와 생활사에 대한 신비한 모습이 자세히 알려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동식물의 진기한 습성에 대해 전보다 더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점차 자연 서식지가 크게 훼손 혹은 파괴되면서 많은 진귀한 생물들이 절멸 위기에 놓여 이들의 보호가 절실해지고 있다. 이에 오래 전부터 문화재청은 사라져가는 진귀한 동식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220여 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한국 고유 어종인 60종의 물고기는 한반도의 자연 변천에 따른 오랜 역사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있어 학술적으로 크게 주목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어름치를 비롯한 한강의 황쏘가리·무태장어·열목어·미호종개·꼬치동자개의 6종은 그들이 가진 유구한 역사성과 고유성·희귀성·진기성으로 인해 물속에 살아 숨 쉬는 국가 보물이라 생각되며, 그 자연사적 보존 가치로 인해 국가가 적극 나서 이를 천연기념물로 보호 및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진기한 습성을 지닌 천연기념물 어름치
균형이 잘 잡힌 아름다운 몸매, 커다란 눈, 뚜렷한 한 쌍의 입수염, 온 몸에 이어지는 검은색 반점과 지느러미에 보이는 힘찬 검정 줄무늬를 가진 어름치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물고기라 자랑스레 말할 만하다. 어름치는 우리나라의 한강·임진강·금강 및 예성강 상류에만 분포하는 한국 고유의 어종이지만, 충북 옥천군 이원면 수역으로부터 금강 상류 수역에 이르는 지역이 어름치 분포의 남한지로 특히 주목받게 되면서 1972년 천연기념물 제238호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1978년 이후에는 이들의 서식이 금강에서 도통 확인되지 않아, 1978년 어름치 종 자체를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한 바 있다. 또한 북한에서도 황해북도 구락리 어름치를 천연기념물 제187호로 지정하였다.
사실, 우리나라 대표 천연기념물 어종 어름치는 1819년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저술한 ‘아언각비’에 어름치魚治란 물고기 이름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서식해 온 것으로 생각된다. 1826~1909년에 편찬된 ‘평창군신지지’에는 ‘반어斑魚’의 출현에 대해 언급한 기록이 있는데, 어름치를 뜻하는 이같은 표현은 지금도 강원도 평창과 정선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방에 따라 그림치·드름치·어둠치·어램치·어름치기·절음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어름치가 과학적으로 그 학명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07년 러시아의 유명한 어류학자 베르그(L. S. Berg)박사가 우리나라 금강에서 채집한 어름치를 ‘잉어과의 바버스 미로돈(Barbus mylodon)’이라는 학명으로 학계에 발표하게 되면서부터였다. 현재, 계통에 대한 연구에서 어름치는 ‘잉어과의 모래무지아과 참마자속(Hemibarbus)’으로 정리되어 ‘헤미바버스 미로돈(Hemibarbus mylodon)’라는 학명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 고유 어름치만의
독특한 생김과 그 생태적 특징
1969년 최기철 박사는 당시 초등학교 교감이었던 백윤걸 선생과 함께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동강에서 어름치의 산란 행동·발생·성장·산란탑 등을 처음으로 조사 발표하여,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름치의 몸길이는 보통 20㎝ 정도로 큰 것은 40㎝에 이르며, 몸은 원통에 가깝지만 약간 납작한 편이고 몸의 뒤쪽은 비교적 가느다란 편이다. 또한 입가에는 한 쌍의 긴 수염을 갖고 있으며 꽤나 큰 눈은 머리 위쪽에 위치해 있다. 이밖에 몸의 등 쪽은 갈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띄고 있으며, 눈 크기보다 작은 검은 점들이 이어 만든 여덟 줄의 무늬는 몸의 측면에,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는 세 줄의 검정색 줄무늬가 자리 잡고 있어 다른 종의 민물고기와 크게 구별되는 모습이다.
어름치는 맑고 깨끗한 큰 강의 여울부에서 주로 수생곤충·갑각류·다슬기 등의 작은 동물을 먹고 자라며 차츰 깊은 곳으로 이동해 간다. 산란기와 겨울철에는 집단을 이루지만 보통 때에는 단독 생활을 한다. 수온이 섭씨 17도 이상 올라가는 4월 말부터 5월 초순에는 물 흐름이 완만한 여울 자갈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파내 산란장을 만든 후, 다음날 밤 산란 수정을 한다. 산란 수정 중에 어미는 1.5㎜ 크기의 알 1,200~2,300여 개를 포도송이와 같은 점액질 덩어리의 모양으로 돌 위에 부착시키는데, 산란을 마치면 바로 밤알 크기의 잔자갈을 산란 장소로 옮겨 와 높이 5~18㎝의 산란탑을 쌓아, 알이 물살에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알은 5일이 지나면 부화되고 20일이 지나면 몸길이가 8㎜ 정도 자라게 된다. 이러한 어린 어름치들은 1년이 지나면 4~5㎝, 2년이 되면 14~19㎝, 만 3년째가 되면 22~25㎝ 정도에 이르게 되는데, 최종 30㎝ 이상까지 자라는 데 보통 만 4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21세기 진화하는
인류 문화 발전을 위한 제언
최근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한 하천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과 무차별적인 남획 증가로 하천 생태계가 크게 변화하면서, 금강에 서식하던 어름치는 이미 절멸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강과 임진강 상류에 분포하던 어름치 개체 수도 점차 감소하여 그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아짐에 따라 이 곳 역시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름치와 미호종개, 꼬치동자개를 포함한 많은 야생동식물은 우리의 경제생활뿐 아니라 소중한 유전적 자원의 가치를 지니므로, 야생 생물의 서식지 보존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여러 자연적·인위적 요인으로 인해 전 세계 야생동식물의 개체수가 점점 감소하게 되면서, 전 세계 국가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대상으로 ‘야생동식물 국제 거래 협약’, ‘생물 다양성 협약’ 등을 시행해 나가며 범세계·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연보존연맹에서도 멸종 위기종에 관한 적색 자료집(Red Data Book)을 발간하며 다각도의 보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2005년 야생동식물보호법을 제정하여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221종을 지정·보호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연구원은 국내 생물종의 수를 10만 종으로 추정하여, 그들의 경제적 가치를 매년 25조 원으로 평가하면서 그 가운데 매년 500여 종이 멸종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대량 멸종으로 생태계가 한번 균형을 잃으면 동식물의 삶뿐 아니라, 인류 생존이나 문화 창달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천연기념물 그리고 절멸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처 보존과 온전한 생태계의 지속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21세기 인류의 다채로운 문화와 건강한 삶을 지속시키는 근간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글/사진 제공 : 김익수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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