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박지성(펌글)

2008. 4. 7. 오후 12: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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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불굴의 박지성, 더블 향한 맨유의 히든카드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산소탱크' 박지성(27)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자신의 흔들리는 입지와 거취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들을 피치 위에서의 활약을 통해 단번에 일축했다.

이곳 저곳에서 벤치를 달구는 것도 모자라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박지성에게 "뛸 수 있는 곳으로 떠나라"는 말들이 날아들었지만 박지성의 '인내와 도전'은 모든 설레발을 잠재웠다.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지성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AS로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1차전 원정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2-0 완승에 기여했다.

곧바로 6일 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미들즈브러 원정에서 교체 투입되어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 연속된 츨전에, 연이은 맹활약이다.

그가 지닌 무한한 활동력을 통한 수비 가담 능력은 물론 영리하고 기민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패싱 능력을 통한 공격 능력, 그리고 한층 더 과감하진 공격 성향까지. 오랜 부상 공백기 뒤에 차츰 팀의 조직력에 녹아들기 시작한 박지성의 플레이는 날이 갈 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두 경기 모두 팀의 상징적인 자국 스타인 웨인 루니의 골을 도왔고, 또 그와 격렬히 포옹하면서 동료들 사이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를 분명하게 알렸다. 박지성은 분명히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현재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손꼽히는 맨유에서 살아남고 있다.

더블로 가는 길에 고비를 맞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난 2006/2007시즌 막판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FA컵 모두 우승 가능성을 열어뒀던 맨유는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이탈 속에 힘을 받지 못했고, 박지성 역시 당시 부상자 명단에 있던 선수 중 하나였다. 결국 맨유는 3개의 대회 중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룬 것에 만족해야했다.

올 시즌 만큼은 목전에 뒀던 유럽 정상을 다시 되찾겟다는 의지, 또 다시 찾은 잉글랜드 챔피언의 자리를 고수하고 싶다는 의지가 맞물려 지난 여름 맨유는 근 몇년간 없았던 거액을 투입한 선수 영입을 벌였다.

그럼에도 올 시즌 역시 시즌 종반에 찾아오는 체력적인 위기점에 도달한 맨유는 고비를 맞고 있다. FA컵 8강전에서 탈락하면서 하나의 대회가 빠져나갔지만, 리그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바로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연속해서 치르며 이 사이 미들즈브러 원정과 라이벌 아스널과의 일전을 맞이하는 숨막히는 일정이 이어진다. 첼시와의 원정 경기도 남아있다.

강행군 속에 시즌 내내 순항하던 맨유는 탄탄한 스쿼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빠르게 팀 플레이에 적응하며 박지성의 입지논란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루이스 나니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노장 라이언 긱스는 시즌 종반에 들어서서 체력적인 한계를 노출하며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급 백업 요원 대런 플레쳐마저 시즌 아웃. 카를로스 테베스도 날카로움을 잃었으며, 핵심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는 부상으로 3주간 이탈한다. 공수 양면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졌다.

"박지성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고 싶다. 그런 볼을 잡아서 루니의 골을 만들어낼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건 정말 불가능해보였다." - 알렉스 퍼거슨 감독(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그리고 박지성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동안 아껴두었던 '박지성 카드'를 자신있게 꺼내보였다. 그리고 박지성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로마와 보로 모두 예상치 못했던 박지성의 활약에 허를 찔렸다.

맨유가 언제나 힘겨워했던 로마와의 원정 경기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테베스와 경험이 풍부한 긱스 대신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우측 측면 공격수로 나서 상대 왼쪽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는 수비 가담 능력을 과시했다.

물론 본업인 공격 역시 소홀하지 않았다. 후반전에 웨스 브라운의 긴 크로스를 끝까지 쫓아가 헤딩 패스로 살려내며 루니의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이미 1-0으로 앞서있던 상황이지만 로마의 거센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골이었으며, 준결승 진출로 가는 길에 엄청난 보탬이 될 원정 득점을 하나 더 추가 시킨 것이다.

경기 이후 유럽 언론들은 맨유의 로마 원정 승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박지성의 깜짝 기용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최대 스포츠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박지성을 '깜짝카드'라며 특별 언급했고, 정론지 알려져진 영국 <가디언> 역시 퍼거슨 감독이 긱스 대신 박지성을 투입한 점이 뛰어난 판단이었다고 보도했다.

"탁월한 조연(great cameo)"

이어서 찾아온 주말 리그 경기. 거센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치른 미들즈브러 원정서 박지성은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맨유는 10분 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골로 앞서갔으나, 보로는 '도깨비팀'이라는 별명답게 전반전과 후반전에 각각 1골 씩을 몰아치며 리드를 빼앗아 갔다.

악천후 속에 맨유는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올 시즌 탄탄대로를 달리는 호날두지만 축구는 혼자 힘 만으로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화면에는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안데르송이 몸을 푸는 모습이 잡혔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첫 번째로 택한 교체 카드는 박지성이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보로의 왼쪽 측면 수비수 테일러를 바보로 만든 볼 터치로 오른쪽 측면을 뚫고 루니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그의 시즌 첫 공식 어시스트였다.

맨유는 결국 승점 3점을 모두 챙기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만약 졌더라면 전날 맨체스터 시티를 완파하고 승점 73점을 챙긴 첼시와의 승점 차가 더 좁혀졌을 것이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도 더블을 향해 가는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 제 몫을 다했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조연으로 표현한 박지성에게 맨유의 주연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보다 높은 평점을 줬다.

"위대한 선수란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득점하는 선수다." - 티에리 앙리(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박지성은 그의 축구경력을 이어오면서 많은 골을 넣거나,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늘 팀이 꼭 필요로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의 슈퍼 에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2 한국/일본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했고, 본선 무대에서 조 1위 16강행을 확정짓는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2003년에는 교토 퍼플상가에게 창단 이후 첫 일왕배 우승을 안겼다.

2004/2005시즌에는 PSV 에인트호벤에서 암스텔컵 결승전에서 득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AC밀란전에서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을 터트렸다. 2005/2006시즌 맨유로 입단한 뒤에는 라이벌인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EPL 1호 골을 작렬시켰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준우승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쓰러질 지언정 무릎 꿇지 않는다. 도전이 없으면 더 큰 성공도 없다."

올 시즌 맨유에서의 박지성은 9개월 여간의 부상 재활 끝에 돌아온 그는 약체 풀럼을 상대로 첫 골을 신고하며 약팀들과의 경기에만 나서는 후보 선수로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로마 원정과 미들즈브러 원정에서의 연이은 활약은 그가 빅매치에서도 치명적인 선수가 될 수 있으며, 활용도를 지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맨유는 이제 5번의 리그 경기를 남겨뒀고, 만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까지 진출한다면 역시 4번의 유럽 대항전 경기를 남겨두게 된다. 5월 말까지 이어지는 2007/2008시즌 유럽축구의 마지막 전쟁.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맨유의 우승 축하 세레모니에 불참했던 박지성이 이번에는 샴페인을 터트리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환호의 현장에 설 수 있을까?

언제나 조심스런 그의 말처럼, 아직 장미빛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이르다. 팀 내 경쟁도,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쟁도,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우승 경쟁도. 아직은 모두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박지성에게서 희망의 불씨를 보고 있다.

그의 자서전 제목인 <멈추지 않는 도전>처럼, 모두가 포기하려던 순간, 박지성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박지성이 다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박지성
- 영국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의 보로-맨유전 선수 평가(박지성에게 맨유 팀내 최고 평점인 8점 부여)
- 박지성

댓글 2

  • 2008년 4월 7일 오후 12:35

    축구를 향한 열정이 부러워라~ 어제의 경기는 환상이었어요!!!!

  • 2008년 4월 8일 오후 1:15

    조연이 없다면 당신은 결코 주연이라 불리울 수 없다. ----다니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