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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던 길을 잃고 헤매게 되면 마음이 산란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놓았던 업적, 수많은 사람들과 맺고 있었던 인간관계, 온갖 정성과 성의를 아끼지 않았던 소중한 시간 등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을 체험하게 되는 날이 바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때입니다. 이러한 때 침묵할 수 있다면…. 어느 날 좀 여유 있게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때보다 목적지를 향해 30분 정도 서둘러서 출발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린 눈으로 길이 막히게 되었고, 약속 시간은 점점 다가왔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긴 했지만, 순간 ‘조급해해도 소용없다. 어차피 길은 막히는 것이고 약속 시간에 늦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마음이라도 진정시키면서 정신적인 짐이라도 덜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급해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에 양해를 구하고, 느긋하게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늦기는 했지만,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지요.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도 힘들고 어렵고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차피 좀 늦더라도 약속 장소에는 갈 수 있는 것이고,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늦을 것이라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는데, 괜히 혼자서 끙끙거리며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침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가’이겠지요. 침묵 속에 머물 수 있다면 그만큼 빨리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께 나갈 수 있겠고, 그렇지 못하면 침묵하는 연습을 조금 더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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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인들은 우리들 대부분처럼 마감과 책임감 때문에 소진되어 그런 특정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나름의 ‘내적의 성’을 만들었다. 중세 이탈리아의 신비가이며, 예언자였던 시에나의 가타리나는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 가족을 두고 이런 방법을 썼다. 아버지가 그를 집안에 가두고 하인처럼 부렸을 때, 가타리나는 ‘마음속에 작은 기도방’을 짓고, 일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그곳으로 들어가 침묵의 기도를 했다. 바깥에서 보면 바쁜 집안 일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러는 동안 그의 참다운 삶은 자신의 비밀 방에서 피난처를 구한다. 이렇게 하여 일상의 과제와 의무들을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로 변화시켰다고 가타리나는 후에 말하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가장 신비한 이야기들 중의 하나인 열왕기 1서 19장 11-12절을 보면, 예언자 엘리야가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며 동굴에 숨어 주님으로부터 말씀을 기다린다. “크고 강한 바람 한줄기가 일어 산을 흔들고, 야훼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이어 지진이 일어나고, 또한 큰불이 일어났으나, 야훼는 거기에 계시지 않았다. 그러나 불길이 지나간 다음 엘리야는 ‘한 조용하고 여린 소리’를 듣는다. 하느님의 소리가 지진도, 큰불도, 혹은 강한 바람 속에도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분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작고 조용한 소리 속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는 분별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즉 작은 침묵이 필요한 것이다. 로버트 엘스버그 | <둘이나 셋> 제76호에서
2.축구 이야기
[김동석의 스포츠@그라운드] '비정한' 아드보카트

그동안 우리 눈에 비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유머러스했다. 그는 기자단과 함께 북한산 등산을 한 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기자 여러분에게 기삿거리를 주려고 힘든 척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지난해 삼성라이온즈가 야구에서 우승했을 때는 “선수가 필요하면 나를 부르라”는 조크를 던졌다. 히딩크가 기자들과 ‘한판 대결’도 불사했다면 아드보카트는 매우 원만하며 재치 넘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숫자를 동원한 궁금증 유발작전도 괜찮았다. “엔트리 99%는 완성됐고 1%만 남았다”며 ‘매직 넘버’를 던졌을 때 우리 기자들은 어려운 숙제를 앞에 둔 초등학생처럼 끙끙댔지만 최소한 흥미로운 숙제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렇다면 재치있고 유머있고 부드러운 지도자, 이것이 아드보카트의 본모습일까? 엔트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순간적으로 그의 비정한 측면을 엿볼 수 있었다. 아드보카트는 “실망하고 있는 탈락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그들이 왜 실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싸늘한 답변을 내놨다. 그의 표정에는 탈락자들에 대한 연민이나 안타까움 따위는 없었다. 감독은 “그들은 실력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것이 축구이며 인생”이라는 말만 덧붙였다. 이 말은 통역을 거쳐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은 많이 실망했겠지만 그게 축구이며 인생”이라는 표현으로 완화됐다.
아드보카트의 이 한마디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그가 ‘상인의 나라’ 네덜란드 출신이며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시도르프, 클루이베르트, 다비즈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가차없이 쳐낸 비정한 사나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아드보카트는 경쟁 논리에 이의를 달지 말라는 뜻을 한국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전한 것이다. 그간 대표팀에 몸담았던 선수들이 “아드보카트 감독은 언제든 나를 잘라버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히딩크보다 더 무섭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었나? 아드보카트는 자리를 뜨며 한마디 더 던졌다. “다른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이제 23명의 월드컵 엔트리 명단이 확정됐다. 그동안 밤잠을 못 자며 고심했던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 속에 베개를 끌어안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 안심할 수 있을까? 엔트리 선발보다 더욱 치열한 독일월드컵 ‘베스트11’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고, 감독은 피도 눈물도 없는 ‘무정(無情)한 채찍’을 꺼내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펌글)
"축구는 人生."
축구 알아야 보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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