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크로스'최고를 가리자(펌글)

2009. 3. 19. 오후 12:09:08

글자

'크로스' 최고를 가리자

박문성의 선택

라이언
긱스
181cm/ 68kg
맨체스터 Utd

라이언 긱스

VS

서형욱의 선택

데이비드
베컴
183cm/ 74kg
AC 밀란

데이비드 베컴

박문성 · 서형욱 전문가의 분석을 보신 뒤 투표와 댓글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전문가 분석
구분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프로필
 
이래서 최고다 "크로스를 올리기 위해 태어난 선수다"(산티아고 솔라리) "그의 크로스는 매 순간 상대에게 치명적이다"(제레미 툴라랑) "그는 진정한 월드클래스다"(지네딘 지단) "조지 베스트처럼 그에겐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파비오 카펠로) "그를 얻은 것은 내 축구 인생 최대의 축복이다"(알렉스 퍼거슨)

라이언 긱스를 향한 세계축구계의 헌사다. 현역 선수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고의 크로서를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긱스다. 왼발 크로스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톱클래스다. 사람들은 긱스의 움직임과 크로스를 보면서 '잭나이프'란 애칭을 붙였다. 살을 베듯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피하기도 쉽지 않은 치명적 플레이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다. 긱스의 크로스가 치명적인 것은 크로스 자체의 예리함이나 폭발력 때문만이 아니다.

크로스가 정지한 상태에서 차는 프리킥과 다른 건 플레이의 연속 동작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크로스는 부분적으로 킥력이 좋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크로서와 프리키커의 구분이 여기에 있다. 긱스의 크로스가 단연 발군인 이유와 맞닿은 지점이기도 하다.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과 타이밍을 캐치하는 판단력이 빼어난 긱스다. 독특한 스텝에다 순간적인 스피드, 변환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드리블링이 전제되기에 긱스의 크로스가 위대함을 더할 수 있었다.

물론 크로싱 순간 가장 중요한 발목의 힘과 컨트롤 능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긱스다. 또 하나 근래 긱스를 지켜보면서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능력에 있다. 올 시즌 들어 본격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긱스는 포지션 변화에 맞춰 어얼리 크로스 등 화수분 같은 재능을 분출하고 있다.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네리, 해리 포터. 그리고 데이빗 베컴의 오른발도 있지요."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축구팬 관객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지게 만들었다. '아, 저 나라는 축구 스타의 발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영화 속 영국 수상으로 분한 휴 그랜트는 이 장면에서 '영국은 미국이 업신여길 나라가 아니다'라는 뜻에서 영국이 가진 자랑거리를 나열한다. 즉, '베컴의 오른발'은 축구 종가 영국의 축구를 대신해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베컴의 얼굴이나 베컴의 몸매나 베컴의 아내가 아닌, 베컴의 '오른발'을 언급한 것은 베컴이 그 오른발로 상대 골망에 꽂아 넣은 수 많은 프리킥 골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쏘아 올린 정확하고 아름다운 궤적의 크로스가 준 감동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대중 문화의 최전선에 선 흥행영화의 클래이막스에 축구 선수의 이름이 버젓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이채로운 일이다. 하지만, 작가가 아무 선수의 이름이나 적어 넣을 수는 없었을게다. 데이빗 베컴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데이빗 베컴이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경기 외적으로 주목을 받게 만든 출중한 외모와 아내 빅토리아와의 떠들썩한 결혼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스포츠 스타는 어디에도 없다.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 스타들은 단순히 외모만으로는 평가될 수 없는 엄청난 실력과 아우라를 동시에 갖고 있다. 데이빗 베컴은 오른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프리킥과 크로스의 힘으로 당당히 최고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여기에 더해진 놀라운 활동량과 헌신적인 플레이는 그의 가치를 배가시켜주는 촉매제다.
 
베스트 모멘트 웨일스가 본선에만 나섰더라면 월드컵 역사가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월드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긱스이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조제 무리뉴 감독의 극찬에서도 알 수 있듯 긱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보낸 19년 세월의 조각조각이 최고의 순간들이었다. 20세기 최후의 윙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90년대를 되돌아보면 고속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잇달아 무너뜨린 뒤 라보나킥 등으로 어떠한 각도에서도 크로스를 연결하는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다. 99년 FA컵 4강 아스날과 재경기에서 보여준 60m 단독 드리블에 의한 득점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 맨유의 대선배 보비 찰튼은 긱스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잡아 넘어뜨리는 것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깝게는 2007년 4월 AC밀란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도중 카카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기도 했던 긱스는 호날두와 루니의 골을 연속 어시스트하며 3-2승리를 이끌었다. 루니의 골이 인저리 타임에 터져 인상이 더했다. 첼시전 활약이 기억에 남아있다. 2007년 9월 첼시전에서 환상적인 크로스로 테베즈의 골을 도운 긱스는 올 1월12일 첼시전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해 완벽에 가까운 포지션 소화력을 분출하며 맨유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긱스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는데 긱스가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어떤 팀도 막을 수 없다던 퍼거슨 감독의 말이 순간 스치는 활약이었다.

맨유는 얼마 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클럽을 상징하는 5명의 영웅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한 명이 긱스다. 맨유에서만 프리미어리그 우승 10회 등 긱스가 들어올린 19개의 우승트로피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개인 최다 정상타이틀이기도 하다. 보비 찰튼의 맨유 최다출장 대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역사로 기록될 긱스의 오늘이다.
크로스의 정의를 폭넓게 잡으면 경기장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패스가 모두 포함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199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유가 뮌헨에게 0-1로 뒤지다 인저리 타임 때 터진 2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두 골 모두 베컴의 코너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컴의 커리어에서 셋피스 장면을 크로스의 베스트로 꼽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이른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이뤄진 베컴의 크로스 장면에서 이번 순서의 '베스트 모멘트'를 꼽아보기로 했다.

여러 장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인 2006년 2월 레알 사라고사와의 코파 델 레이 경기에서 나왔다. 하프라인을 10미터 정도 넘어선 터치라인 부근에서 문전을 향해 달려들던 호나우두를 슬쩍 바라본 베컴은 절묘한 지점에 볼을 떨궈 호나우두의 골을 엮어냈다.

이 장면은 베컴이 골문과의 거리나 상대 수비의 위치에 상관없이 전방위적인 크로스로 골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표적 자료이기도 하다. 베컴의 크로스는 경기장 오른쪽 어딘가에서 출발해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가 손을 댈 수 없는 지점으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뒤에서 달려든 동료의 몸 어딘가에 맞고 골로 연결되는 최상의 득점 루트인 것이다.

베컴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도움 순위에서 현재 1위 라이언 긱스에 뒤진 2위에 올라있다. 긱스의 232개 도움에 크게 뒤쳐진 152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긱스는 베컴보다 무려 251경기를 더 뛰었다. 긱스는 1경기 평균 0.45개, 베컴은 0.57개의 도움을 각각 기록했다. 셋피스 도움(43개)을 제외한 109개 오픈 플레이 도움에서 크로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단히 높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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