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8 KFA 지도자세미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강연은 리차드 베이트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A) 및 국제축구연맹(FIFA) 강사의 '유로 2008 분석'이었다. 베이트 강사는 1시간 30분여에 걸쳐 진행된 강연을 통해서 단순히 유로2008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현대축구 변화의 포인트를 세밀하게 짚어냈다. 일단 베이트 강사는 일반적인 분석부터 시작했다. 4백 지역방어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앞선에서의 수비보다는 라인을 뒤로 내려 수비를 단단히 한 뒤 역습을 노리는 형태를 대부분의 팀들이 채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하프라인과 수비라인 사이에 '블록'을 구축하는 것도 특징으로 꼽았다. 또한 선수들의 체력과 스피드가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줬다. 모든 포지션에서 선수들의 활동거리가 증가했고, 빠른 스피드로 움직인 거리 역시 증가했는데, 특히 1965년과 비교했을 때는 50%가 증가했다고 한다. (현재 경기당 13km를 뛰는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정도) 실제로 선수들의 스피드와 파워가 현저하게 증가하면서, 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볼과 패스의 스피드가 빨라지다보니 선수당 볼 소유시간은 줄어든 반면 경기전개속도는 훨씬 빨라진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경기당 스프린팅(전력질주) 횟수가 2002년에 비해 2배 증가했다는 자료는 놀라운 부분이다. 불과 6년 사이에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피지컬적 강도는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 강연을 통해서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소개하겠다. 1. 원터치 플레이의 중요성 베이트 강사는 06/0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던 AC 밀란,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프리 플레이(세트 플레이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를 통해 64골을 뽑아냈는데, 그 중에서도 원터치 플레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64골의 과정 중에서 볼 소유의 38%가 원터치, 볼 소유의 30%가 투터치, 볼 소유의 14%가 스리터치였다. 득점을 만들어가는데 있어 원터치와 투터치 플레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맨유의 경우에는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전체 볼 소유의 48%가 원터치 플레이였다고 한다. 이것은 유로 2008에서도 증명됐다. 그러나 이것을 유소년 훈련에 접목시킬 때에는 약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얼마 전 노정윤 선수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 전체가 원터치, 투터치 플레이만 너무 강조한 경향이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원터치 플레이를 강조하다보니 정작 1vs1 상황에서의 개인능력은 예전만 못하다. 결국 개인능력으로 돌파해야할 상황에서 그러지 못하고 옆으로 볼을 돌리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호날두나 메시와 같은 개인돌파능력을 갖춘 선수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원터치 플레이가 중요하긴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좀 더 자유롭게, 개인능력을 활용한 축구를 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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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득점 지역의 분포..슈팅 훈련의 변화 모색 베이트 강사가 보여준 득점 지역 분포 자료를 보면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득점의 72%가 12야드(약 11미터) 내에서 발생한다. 12야드는 페널티킥을 차는 지점이다. 그리고 득점의 92%가 페널티 에어리어인 18야드(약 16.5미터) 내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베이트 강사는 되묻는다. 득점의 92%가 페널티 에어리어 지역 내에서 발생하고, 72%가 페널티킥 지점 내에서 발생한다면, 과연 선수들의 슈팅 훈련을 어디서 시켜야할 것인가라고. 일반적으로 지도자들이 슈팅 훈련을 시킬 때 대부분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실시하고 있다. 조영증 기술국장 역시 " 좋은 지적을 들었다. 지도자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짤 때 참고해야할 부분 " 이라며 동감했다. 득점의 92%가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슈팅 훈련의 변화를 통해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골 결정력 부족을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3. 역습 득점의 패턴 변화 다음 주제 역시 흥미로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현대축구는 수비를 탄탄히 하고, 역습을 통해 상대를 공략하는 전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역습 패턴의 세부적인 변화를 보면 더욱 흥미롭다. 1994년 월드컵과 2002년 월드컵을 비교하면 변화의 폭은 매우 크다. 그러나 2002 월드컵에서는 상대 공격지역에서부터 역습이 시작된 것은 21%로 감소했고, 미드필드 지역에서는 50%, 무엇보다 수비 지역에서의 역습이 29%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결국 뒷공간을 노린 상대의 침투에 대비하기 위해 수비라인이 점차 뒤로 물러나고 있고, 자연히 상대를 우리 수비지역으로 유인한 후에 가로채기를 통한 역습을 노리는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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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트 강사는 05/06시즌 첼시를 통해서도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위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그라운드를 4등분으로 나눴을 때, 수비지역 1/4에서부터 역습이 시작된 것이 득점의 33%, 미드필드 수비지역 1/4에서 역습이 시작된 것이 38%였다. 즉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역습이 시작된 것이 전체 역습 득점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습득점 중 38%는 10초 이내에 득점으로 연결되었고, 53%는 3회 이하의 패스를 통해 득점을 만들었다. 득점의 81%가 중앙 침투에 의한 것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4. 보다 유연한 포지션 소화능력이 요구되는 스트라이커 스트라이커의 역할 변화 역시 흥미로운 주제였다. 베이트 강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어시스트의 49%가 패스로부터 발생하고, 39.4%가 크로스로부터 발생했다. 또한 어시스트의 11.3%는 슈팅 후 리바운드로부터 발생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어시스트의 42%가 중앙 미드필더 또는 스트라이커로부터 발생되었다는 점이다. 베이트 강사는 " 많은 지도자들이 스트라이커에게 슈팅훈련을 위주로 훈련시키는데, 패스훈련 역시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 이제는 스트라이커도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원투패스에 의해 침투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 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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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맨유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활동범위(볼 터치)를 표시한 그래프이다. 보면 알겠지만, 스트라이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방위에 걸쳐 움직임이 표시되어 있다. 베이트 강사는 현대축구에서의 스트라이커는 이처럼 좀 더 유연한 포지션 소화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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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포츠머스 스트라이커 저메인 데포의 경우는 반대이다. 데포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고립되는 원톱 스트라이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트 강사는 이제 스트라이커는 어느 위치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리버풀의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의 예도 들었다. 그는 토레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가 다양한 위치에서 볼을 터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방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현대축구에서 살아남는 스트라이커들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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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의 움직임 분포도를 봐도 놀랍다. 위 그림은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두 미드필더인 프랭크 램파드(첼시)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움직임 분포도이다. 과연 이들과 스트라이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위에 소개한 루니의 움직임 동선과 거의 흡사하다. 베이트 강사 역시 윙어와 미드필더, 스트라이커는 수시로 포지션 체인지를 하는 것이 현대축구의 추세라고 설명하면서 골키퍼와 2명의 센터백, 홀딩 미드필더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 스트라이커의 위치선택 스트라이커의 위치선택에 대한 이야기도 좋은 주제였다. 베이트 강사는 스트라이커의 스타팅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다음 그림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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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인데, 네덜란드의 9번이 바로 판 니스텔로이다. 판 니스텔로이의 위치를 보면 코트디부아르 4백 수비라인의 뒤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이 위치에 있으면 명백하게 오프사이드에 걸린다. 그렇다면 어떤 효과 때문에 판 니스텔로이는 공격이 시작되는 타이밍에서 이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일까. 베이트 강사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판 니스텔로이처럼 수비라인 뒤에 위치하고 있으면 수비수들은 자신의 뒤쪽에 있는 스트라이커와 앞쪽에 있는 볼을 동시에 확인할 수가 없다. 자연히 수비수의 시선을 교란시킬 수 있다. 물론 이 위치에서 그대로 패스를 받는다면 오프사이드에 걸리지만, 공격이 시작될 때의 스타팅 포지션을 이렇게 가져가고,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맞춰 뒤에서 돌아나와 볼을 받게 된다면 수비수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플 수밖에 없다. 베이트 강사는 판 니스텔로이 뿐 아니라 티에리 앙리 같은 스트라이커 역시 이러한 위치선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트라이커들 역시 참고할 만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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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북적거리는 중앙 미드필드와 공격적 풀백의 활용 이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유로2008에서의 스페인을 살펴보면 항상 중앙 미드필드 박스 안에 5명이 포진되어 있다. 명목상 측면 미드필더인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는 측면보다는 중앙, 대각선으로의 침투 움직임을 더 많이 선보였다. 특히 이니에스타는 중앙 미드필더와 다름없는 움직임이었다. 결국 미드필더들이 중앙에 밀집되어 숫적 우위를 꾀하면서 패스 플레이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고, 비어있는 측면 공간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는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형태가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풀백들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깊숙이 침투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풀백들의 정확한 크로스 능력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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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른 발을 사용하는 윙 플레이어 과거에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는 왼발잡이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는 오른발잡이가 담당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현 시점에서는 변화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면 왼발잡이인 리오넬 메시가 오른쪽 측면에, 오른발잡이인 티에리 앙리가 왼쪽 측면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포르투갈이나 맨유 역시 오른발을 잘 쓰는 호날두를 왼쪽 측면 쪽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유로 2008에서도 이런 형태가 많이 나왔다. 결국 이것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제공한다. 일단 이런 형태로 설 경우에는 윙어가 측면보다는 중앙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 측면 침투보다는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스트라이커와의 2:1 패스 등으로 기회를 엿보며, 자신이 즐겨 쓰는 발로 직접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빈 측면공간을 풀백이 올라올 때 패스를 통해 측면침투를 노릴 수도 있다. 6번 주제와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자연히 수비수 입장에서는 막아내기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8. 코너킥 시 지역방어 마지막으로 코너킥을 비롯한 세트 플레이에서의 지역방어는 현대축구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는 맨투맨으로 공격팀 선수들을 막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리버풀과 독일 대표팀, 그리고 잉글랜드 유-청소년대표팀 등에서 지역방어를 도입했고, 이것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베이트 강사는 특히 잉글랜드 U-15 대표팀부터 U-20 대표팀을 대상으로 세트 플레이시 지역방어를 도입해 3년 이상 연구한 결과를 자료로 제시했다. 이 기간 동안 잉글랜드의 각 연령별 대표팀은 총 134골을 실점했는데, 이중 19골만이 세트 플레이로 허용한 것이었다. 세트 플레이 지역방어시 실점은 15%에 불과했다. 세트 플레이에 의한 평균 실점이 약 33%임을 감안할 때 획기적으로 실점율이 줄어든 셈이다. 세트 플레이시 지역방어는 한 마디로 '주요 득점' 지역을 선점해 방어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상대 공격수가 요란한 움직임을 보여도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공간만을 움직이면서 자기 지역을 지킨다. 기본적으로 수비수는 상대의 움직임이 아니라 볼에 반응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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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상헌, 강연=리처드 베이트 The FA 및 FIFA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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