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산자락 캠퍼스의 비극
T. S. Eliot 의 말대로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지난 주 때아닌 폭설을 만회 하려는듯한 화창한 봄날씨를 즐기던 4월 17일 화요일 아침, Virginia주 남서부에 위치한 Blacksburg의 Virginia공대에서 미국 역사에 기록될만한 엄청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Virginia공대는 항공 우주공학에 관심이 많던 아들이 꼭 가고 싶어하던 대학중의 하나이어서 나에게는 그렇게 생소하지가 않다.
그런데 자신을 포함하여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의 주인공이, 여덟살에 부모를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Virginia공대의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한국인이라는데 더우기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1992년, 우리 가족보다 불과 6년 정도 먼저 미국으로 이민 온 그의 부모는 우리와 같은 세대로서 사건의 주인공인 아들은 나의 딸과 동갑이고 Prinston을 졸업한 그의 누나는 나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이며 내가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처름 그의 아버지도 세탁소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50세가 다 된 나이에 무슨 연유로 낯설고 언어 소통조차 힘든 타국 땅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했는지 모르나 남의 세탁소에서 Press(다림질)기술자로 일을 하다가 이제는 자기 소유의 세탁소를 운영한다는 보도에 의하면 분명히 정착하기 위하여 고생을 많이 했을것이다.
한낮에 Porch와 정원을 손질하며 뉴스를 들을때 수년 전(1999년) Colorado주 Columbine High School 총격 사건을 머리에 떠 올리면서 단순히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나는가 생각했으나 후에 상세한 내용을 보고 나서는 밤새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왠지 우울함과 답답한 심정을 가눌길이 없었다.
사건의 장본인이 한국인이라, 휴게실에서 그 사건 기사를 읽고 있는 동료 직원들이 금방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 온 것같은 느낌, 지난번 북한의 장거리 탄두 미사일 개발건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갖고 북한사회와 김정일에 대해 묻곤 하던 직장 동료 Scott Hubbert 가 금방이라도 나에게 다가올 것같은 작은 불안감을 느끼며 지금까지의 미국 이민생활이 주마등처름 뇌리를 스친다.
동부에서 식구들을 태운 대형 이삿짐 트럭을 운전하여 2월의 눈보라를 뚫고 Appalachian산맥을 넘어 25시간이나 쉬지않고 달려 생면부지의 추운 땅 Mid West로 이주하던 일, High School을 세번씩이나 다른 주로 옮겨 다니며 한 때 힘들어 하던 우리 아이들(지금도 아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일), 아들이 미 공군에 지원하자 마자 911이 터지고 이어 이라크 전쟁에 두번씩이나 배치될 때 가슴 조이던 일, 그러나 마침내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와 열심히 공부하는 그를 보며 하느님께 감사하고, Senior Concert를 무사히 마치고 다음 단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딸을 보며 또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혼란스러워지는 나의 마음을 다스려본다.
그런데 아무도 내가 한국인이란 이유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내색 조차 하지 않는다. 사소한 문제도 서로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옆집 Tom도 아무른 언급이 없다.
그는 여덟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정서 속에서 자란 미국 주민이다. 단지 한국인 이라는 것이 우리의 정서를 자극 하고있다. 일부 보도에서 처름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외교 차원에서 다루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사건은 미국내의 미국 사람들의 일이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에 사는 주민으로서, 그들의 이웃의 자격으로 그들의 불행을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고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며, 지구촌의 한 일원으로서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다음날, Minnesota 주립대학 캠퍼스에서 딸로부터, 집에서 걱정할 것같다며 전화가왔다. 수업이 취소되고, 어느 빌딩에 폭발물이 있다는 등 대학이 벌집 쑤셔 놓은듯 어수선하며 일부 한국 학생들은 수업에 들어가는것 조차 부담을 느껴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라고 전한다. 마치 한국이라는 나라가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름..........
어느 한국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Virginia공대의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희생자들을 위한 학생들의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교정을 떠났다고 하는데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희생자들을 위해서 현장에서 같이 슬퍼하고 같이 위로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의 가해자요,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의 피해자다.
비록 사건이 한 학생에 의해서 저질러 졌으나 그 배경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이 너무 불쌍하다.
영문도 모르고 난데없는 총격에 목숨을 잃은 교수,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
젊은 나이에 무언가 한을 품고 비참히 죽어간 그도 불쌍하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할 수 조차도 없는 그 부모가 너무 불쌍하다.
주님, 그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그들에게 자비를 내리소서.
하느님의 자비주일을 지내고 바로 몰아닥친 이 불행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슬픔에 함께 하실것이라 믿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깊은 묵상에 잠겨본다.
잔인한 4월의 아침에
사건이 발생한지 꼭 한 주가 지난 아침입니다.
우리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하는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신앙공동체에서 모두 힘을 모아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함은 마땅할 것입니다.
그들을 위하여 고통의 신비 묵주기도를 가족들과 함께 바칠것을 제안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하늘나라에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