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기다리며
2002년 3월
추위가 무서워지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겨울이 점점 길게 느껴진다.
아름답게 피던 꽃밭은 눈속에 묻히고
무성하던 나뭇잎들은 삭풍에 떨고
희망의 봄, 젊음의 여름, 가을의 풍요로움은
겨울 찬바람에 날려 보내고
눈에 쌓여 지내던 겨울을 지나
침묵과 인내로 기다리던 봄이
살며시 찾아와 바람이 부드러워졌다.
어느새 나뭇가지에는 새순이 부풀고
눈녹은 밑에 꽃뿌리들에서는 뾰죽
얼굴을 내밀고 솟아 오른다.
북풍한설을 참고 견디어낸 나무들
눈 밑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꽃뿌리들
마르고 죽을것만 같던 너희들이
싹이 트고 잎이 자라 꽃을 피우리라는 것
나는 알고 배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넘어지고 일어서고 죽고 태어나며
싸우고 용서하고 참노라면
언젠가 자연의 섭리와
신의 철칙을 절실히 알고 깨달으리라.
부활의 신비, 자연의 신비
하느님의 그 큰 사랑과 은총을
감사하며 부활절을 기다린다.
이송엽 모니카
어제, 따스한 봄 기운을 느끼며 율리아나와 함께 강박사님댁을 찾았다.
환자를 돌 보시는 팔순을 넘기신 모니카 자매님을 뵈면서, “이제 내가 나이가 너무들어.........!”하시던 아흔이 되신 고국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봄이 다시 찾아 오면서 세월의 수레바퀴는 묵묵히 쉬지않고 돌고 또 부활을 맞는다.
어제 같이 쌓여있던 눈들은 그저 희끗 희끗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놓고는 다들 물러가고, 앞뜰에 성급한 꽃뿌리들이 뾰족히 머리를 치켜든다. 모두들 자연의 신비에 감탄을 하며 그들을 반긴다.
햇살 듬뿍 내려 쬐는 창가에 앉아 지나온 세월 이야기와 함께 수년전 주보에 실었던 시 한편을 내 놓으신다. 팔순을 바라보며 기다리시던 부활절!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도 새 생명과 자연의 신비를 느끼며 침묵과 인내로서 파스카의 신비와 함께 하느님의 큰 사랑과 은총에 감사하는 노 부부의 신앙에 큰 배움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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