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에

2006. 3. 1. 오후 2:23:57

글자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로 시작됩니다. 재의 수요일 미사 중에 우리는 머리 위에 재를 받습니다. 사제는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고 권고합니다.

 

 재의 예식은 인간의 유한성을 일깨워줍니다. 사람은 예외없이 언젠가는 죽어야 할 존재이고, 돈이나 명예는 물론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몸뚱아리도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잊고 아웅다웅하면서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부리고, 남에게 더 인정 받으려고 다투고 시기하면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존재와 소유 그모든 것이 결국은 먼지로 돌아간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아마도 덜 욕심부리고, 덜 시기하고, 덜 고민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삶의 끝을 생각하면서 좀 착해지자는 것이 사순절 첫 날에 행해지는 재의 예식의 의미입니다.

 

 가정에서 남편이 보기도 싫어지고, 아내가 귀찮아지고 보기 싫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또 자식이 말 안듣고 속 썩일 때 무자식 상팔자라른 생각도 들 것입니다. 부모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해서 집을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사사건건 트집잡는 상사나 경쟁 때문에 서로 눈치를 봐야하는 동료, 치받고 올라오는 후배와 함께 일하면서 마음이 미움과 증오로 혼탁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밉고 보기 싫은 그 모든 사람들도 결국 죽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좀 덜 미워지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머리에 재를 얹으면어 우리 모두 죽을 인생이라는 사실이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지기를 바래봅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 안에서 미움과 증오, 불안, 초조함의 어름장이 녹아버리고 이해와 여유, 신뢰와 따뜻함의 새싹이 돋아났으면 좋겠습니다.

 

 

- 송희송 베네딕도 신부님

댓글 1

  • 2006년 3월 1일 오후 2:24

    새 술은 새 부대에.. - 마르 2장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