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파타(0213 연중 제5주간 금요일)

2015. 2. 13. 오전 8:24:17

2
글자

2015. 02. 13 연중 제5주간 금요일


마르코 7,31-37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치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에파타>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은 예수님의 말씀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에파타!” 어떻습니까? 이른 새벽부터 서두른 하루의 여정에, 미처 떨쳐내지 못했던 잠기운이 말끔히 씻기는 느낌이 드시지 않는지요? 이제부터 맑은 정신과 활기 넘치는 몸으로 오늘 하루를 뜨겁게 보듬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벗님들과 에파타에 대해서 나눠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 청합니다. 비록 온전히 낫지는 못하더라도 안수를 통해 정신적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희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사람을 따로 데리고 나가십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고통스런 상황에 놓인 한 사람만을 온전히 보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안수가 아니라, 그의 아픈 곳, 즉 들리지 않는 귀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혀를 정성껏 어루만져주십니다. 적당히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히 치유하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이러한 행위는 마침내 에파타!”라는 결정적인 말씀을 통해 결실을 맺게 됩니다. 말씀과 행위의 갈림 없는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에파타라는 말씀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에파타!”, 열려라!”라는 명령은 무엇인가 열려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닫혀있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로부터 에파타!”라는 말씀을 들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자신을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함께하는 삶을 박탈당하고 폐쇄된 삶을 강요당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에파타!”는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가두었던 두꺼운 벽을 깨고, 죽음 같은 단절의 상태에서 생명 가득한 어울림의 마당으로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에파타라는 초대의 말씀에 힘입어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예수님 말씀의 권능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에파타라는 말씀에 귀 기울일 뿐만 아니라, 소통과 공존의 치유를 선물 받은 사람 역시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이 얼마나 간절히 온 세상과 호흡하기를 원하였겠습니까? “에파타라는 말씀을 얼마나 애타게 듣고 싶었겠습니까? 그런데 과연 귀먹은 사람이 어떻게 에파타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복음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에파타!” 열려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그렇습니다. 귀가 열리기 전에 그는 에파타!”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간절한 염원이 듣게 하였습니다. 비록 아직 귀는 열리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온 몸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말씀 에파타!”를 자신 안에서 실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치유 기적을 감히 예수님과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합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린 기적은 불통의 시대인 오늘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기적입니다. 분명히 주님께서는 불통을 깨뜨리고 소통의 기적을 이루어주실 수 있으십니다. 하지만 오늘 이 기적을 바란다면, 기적의 수용자로서 우리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 예수님께서 에파타!”라고 불통에 빠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에파타!”!”라고 응답할 것인지, 아니면 외면할 것인지, 그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상지종 신부님 강론

목록 전체보기 →
'바라봄'과 '돌봄' 가운데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0215 연중 제6주일-나해)15.02.14조회 94흐트러뜨리지 마라!(0214 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 기념일)15.02.14조회 94에파타(0213 연중 제5주간 금요일)15.02.13조회 96주님과 함께라면 개가 된들 어떻습니까(0212 연중 제5주간 목요일)15.02.12조회 93참된 깨끗함(0211 연중 제5주간 수요일)15.02.11조회 91우리를 참신앙인으로 만드는 것은(0210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15.02.10조회 93그리스도인의 하루(0209 연중 제5주간 월요일)15.02.08조회 90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0208 연중 제5주일-나해)15.02.08조회 89쉼(0207 연중 제4주간 토요일)15.02.06조회 95참된 강함(0206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15.02.06조회 99당신과 함께 하기에 행복한 주님의 길입니다(0205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15.02.05조회 90욕하지 마라(0204 연중 제4주간 수요일)15.02.03조회 91믿음(0203 연중 제4주간 화요일)[1]15.02.03조회 100봉헌(0202 주님 봉헌 축일)[1]15.02.01조회 93더럽고 악한 영에 맞서야 합니다(0201 연중 제4주일-나해)15.02.01조회 91주님과 함께 있음만으로(0131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15.01.31조회 89달걀이 되어 바위에 부딪힙시다(0130 연중 제3주간 금요일)15.01.30조회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