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1. 29 연중 제3주간 목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마르코 4,21-25 (등불의 비유)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하느님의 등불인 우리>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새 날이 밝았습니다. 어둠 속 깊이 숨죽이고 있던 햇살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밤새 잠들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재촉하는 시간입니다. 이제 어둠에서 빛으로, 고요한 침묵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하느님 안의 꿈같은 머무름에서 하느님을 드러내는 거침없는 실천으로 한 걸음 내딛어야 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 우리는 오늘 하루 주님께서 우리의 삶 안에서 이루어주실 모든 것에 대한 설렘 가득한 희망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하고 지겨운 일상에 맞닥트릴지 모른다는 불안 사이에 서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의 정의와 평화의 사도로서 오늘이라는 자그마한 삶의 역사를 힘차게 만들어갈 스스로에 대한 가슴 벅찬 자긍심과 이기심, 탐욕, 억압, 경쟁이라는 삶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헤맬 것 같은 무기력함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진보와 퇴보 사이에서, 일어섬과 주저앉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를 예수님께서는 일으켜주시며 힘차게 나아가라고 다그치십니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 예수님의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니 들을 귀가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겠습니까?
‘너희는 복음의 빛을 밝히는 나의 등불이다. 그러기에 나는 결코 너희를 단지 나의 품안에 곱게 품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너희를 거친 세상 한 가운데로 보내고, 너희를 높이 들어 어둠 가득한 세상을 환히 밝힐 것이다. 빛을 죽이려 달려드는 세상의 어둠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마라. 너희 스스로 너희를 들어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들어 높이는 것이니까. 어느 누구도 너희가 품은 나의 빛을 꺼뜨릴 수 없다. 그러니 너희에게 심어준 나의 빛을 맘껏 비추어라.’
예수님 말씀이 담고 있는 뜻은 바로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등불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기 위해 켜놓으신 등불입니다. 어둠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당신 몸소 높이 들고 계신 등불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든 이에게 드러난 존재이고, 모든 이에게 드러나도록 부르심 받은 존재입니다. 우리가 잘 나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쓰실 따름입니다. 그러니 겸손하게 하느님의 뜻에 따르면 될 뿐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잘 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르심 받은 대로 살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놓으신 자리에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몫을 내 것이라 여기지 않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잘 살기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났습니다. 아니 잘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사는 방법은 간단한데 잘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하느님께 돌리면 내 것이 됩니다. 하느님이 나요, 내가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내가 갈림 없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내 것이라 여기면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하느님이고, 나는 그저 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나는 아무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우리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많이 가지시면 내 것이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많이 가질수록 나 역시 많이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과 떨어뜨려 생각하신 적이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믿으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믿으셨기에 당신의 등불로 삼으시어 어둡고 험한 세상 한 가운데 우리를 세우십니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믿음이 곧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 하루 주님의 손에 들어 높여진 소중한 등불로서 세상의 어둠을 사르는 불꽃같은 삶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