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사람이 중요하다(0120 연중 제2주간 화요일)

2015. 1. 20. 오후 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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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20 연중 제2주간 화요일


마르코 2,23-28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법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우리는 수많은 법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법은 인간 행위의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모인 어느 곳에나 그것이 문자화 되었든 아니든 다양한 모습을 지닌 법이 있습니다. 국가에도, 교회에도, 여러 소모임에도 법은 있고 필요합니다. 또한 법은 우리 각자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갖가지의 법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행동을 판단합니다.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사람 사는 세상의 법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 법은 약육강식의 밀림의 법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이 법은 고유한 인격체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하고, 상호 존중 속에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법을 생각할 때 그 법에 규정을 받는 사람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아니 사람을 먼저 보고 그 사람에게 주어진 법을 생각하고 해석해야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안식일 법에 대한 해석을 놓고 예수님과 바리사이들이 맞섭니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휴식의 시간입니다. 따라서 안식일 법은 자칫 삶을 짓누르는 일상의 노동에 매몰되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거나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갖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휴식을 내려주신 사랑의 법입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이 사랑의 법을 아주 이상하게 해석하였습니다. 안식일 법에 따르면 39가지 노동을 금지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추수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밀 이삭을 자르는 것도 추수작업에 해당된다고 해석하여, 배고픈 사람이 밀 이삭을 잘라먹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리하여 안식일은 평화와 안식을 가져오기 보다는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먹을 것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일도 해서는 안 되는 고통스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안식일의 의미를 왜곡한 이상 안식일 법은 이미 법으로서 존재이유를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 법과 배고픈 사람 사이에서 안식일 법만을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사랑의 법을 사람들의 삶에 족쇄를 채우는 강제 규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안식일을 자기 멋대로 해석함으로써 바리사이들은 자신을 안식일의 주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은 심각한 도전자로 나타나십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법 이전에 배고픈 제자들을 보셨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있어서 참된 안식은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법을 상대화하고 사람을 중요시하는 인본주의적 법이념을 내세우셨습니다. 법률만능주의에 맞서 인권을 부르짖으신 것입니다. 따라서 안식일 법을 삶의 올가미로 덧씌우는 바리사이들이 더 이상 안식일의 주인이 될 수 없고,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몸소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 즉 사람의 아들이 진정한 안식일의 주인으로써 안식일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러기에 ‘법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법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라는 예수님의 엄중한 선언에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바리사이 같은 법의 해석과 집행, 예를 들어, 노동자들을 생명 같은 일터에서 쫓아내고,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순박한 이들을 억누르며, 생명과 평화를 보듬으려는 고귀한 노력을 처절히 짓밟는, 더 이상 사람을 살릴 수 없는 불의한 법 집행에 과감히 맞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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