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1. 27 연중 제3주간 화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마르코 3,31-35 (예수님의 참가족)
그때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왔다. 그들은 밖에 서서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을 불렀다. 그분 둘레에는 군중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부모님께>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강론을 대신해서 오래전에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 부모님께 -
사랑하는 부모님께! 부족한 아들 신부가 주님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기를 바라시며 열심히 기도하실 두 분을 떠올립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제가 태어나던 날 그리고 제가 세례를 받던 날. 물론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여느 아이와 같이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을 테고, 이마에 세례수가 떨어질 때 보챘겠지요. 두 분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신학교를 가겠다고 말씀드린 날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날 아침 주님의 사제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기 전에, 저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 해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가고자 했을 때, 두 분께서는 반대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저의 결심을 다시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께서는 그 전과 다르셨습니다.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버지의 침묵과 어머니의 눈물. 두 분 모두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지요. 저 역시도 말입니다. 침묵을 깨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사람이 막을 수 있겠니? 부디 훌륭한 사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여라.”
자녀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도록 밀어주시면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죄인이기에 감히 하느님 앞에 설 수 없다며, 나중에 은퇴한 후에 성당에 다시 나가시겠다고 평소에 말씀하시던 부모님, 제 앞날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다음부터 주일 미사에 나가셨지요. 특히 아버지께서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새벽미사까지.
신학생 시절, 두 분은 집안일에 대해서는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사제가 될 사람이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면 안 된다고. 두 분의 아름다운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사제가 되고 첫 미사를 드리던 날, 두 분은 많이 우셨지요.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저도 마음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드디어 주님의 사제가 되어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셨겠지요. 죽을 때까지 흐트러짐 없이 사제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시며 간절한 청원의 눈물을 흘리셨겠지요.
제 마음의 눈물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평생 못난 자식 뒷바라지에 애쓰셨던 두 분께 뭐 하나 제대로 해드린 것이 없는데. 죄송스러움과 아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했습니다. 오랜 시간 냉담의 길에서 벗어나, 참으로 열심히 신앙의 길을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주님의 은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부족한 아들을 사제로 만드신 하느님과 모든 과정을 마치고 사제가 된 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셨겠지요. 저 역시 보잘것없는 저를 당신의 사제로 부르신 하느님과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신 부모님께 더 할 수 없는 감사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항상 교우들 잘 보살피기를 바랍니다.” 가끔 전화를 드리면 똑같이 말씀하시지요. 부모님 마음을 이해합니다. 부모님 덕분에 더욱 기쁘게 열정적으로 사제로서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두 분께서 제게 주신 생명과 믿음으로 이제 사제로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가족들과 함께 합니다. 두 분과 제가 함께 나누는 생명과 믿음의 관계가 함께 하는 모든 벗들에게 넓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하는 못난 아들 신부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기도 안에서 언제나 두 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