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5월 - 하느님의 위로를 찾아

2006. 5. 26. 오후 3:26:56

글자
 

하느님의 위로를 찾아 - 윤병길 세례자요한 신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사는 대머리독수리는 알이 부화하면 어린 독수리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절벽을 기어 올라오는 새끼만을 키운다고 합니다. 여러 새끼 중에서 강한 것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또한 봄이 되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 번식을 하는 습성이 있는 연어는, 거센 물결을 이겨낸 암컷에게서 난 치어만이 다시 바다로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고 합니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을 편하게 해주면 오히려 부화한 치어들이 바다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다른 물고기나 새의 먹이가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이는 자연 속에 사는 생물에게 있어서도 시련이란 것이 오히려 그들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신앙인이 작은 시련이나 걱정거리에도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당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당장 현실의 삶이 힘들기에 신앙의 힘은 사라지고 세속적인 모습으로 극복해보려고 애쓰지만 실패하고 나서는 또다시 좌절하고 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생물조차도 생존을 위해서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시련에 맞서는데, 우리 신앙인의 모습을 보면 너무도 세상을 편하게만 살아가려 하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사회적으로 보아도 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을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복권에 당첨되기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고, 성실하게 땀을 흘려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부모가 오랜 시간 희생하고 노력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 자신도 그런 풍요를 누리려고 합니다.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우리의 영신생활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의 고통은 회피하려 하고 겉으로 드러난 일에만 치중합니다. 그동안 레지오 단원으로서 열심히 살아온 선배들의 노력에는 관심이 없고 조금이라도 힘든 것이라면 피하려 하고, 일을 쉽게 쉽게 하려는 경향이 우리 레지오 단원들에게도 만연해 있지는 않은지요? 냉담자 방문이나 독거노인의 뒷바라지와 같은 힘든 일은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본당신부님의 눈에 띄는 일, 남이 알아주고 인정하는 일만을 하려 합니다. 이런 모습의 결과는 현재 우리 교회에 냉담자 수가 늘어나고 새 입교자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이웃 사랑의 모습이 레지오 단원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파해야 할 우리 사명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세상 사람들에게 악표양으로 비치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세상 안에 살고 있는 신자들의 징표일진대, 그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준주성범(1권 12장)의 말씀은 귀감이 되며, 우리가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주님을 따르는 길’을 되새겨 줍니다.

  주님을 따르려 한다면, 세상의 칭찬을 경계하십시오. 세상의 편안함을 멀리하십시오. 세상은 우리에게 점점 더 편하게 살라고 유혹합니다. 또한 눈에 보이는 물질에 우리의 마음을 쏠리게 하여 사람의 마음을 통하여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 보이시는 하느님을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앞에 계시는 십자가상의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그분의 영광은 세상의 영광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세상의 가치로는 철저하게 치욕과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유다인들과 로마제국이라는 권력자들 앞에서 예수님은 실패자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십자가에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났습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바로 이점을 다시 묵상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주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은 당연이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주님께서 가신 길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님의 길에서 겸손되이 그리고 조용히 함께하시고 따르셨던 성모님의 모습을 잊지 마십시오. 세상의 어떤 영광도 성모님께는 아무 가치가 없었음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성모님의 마음을 가득 채우셨던 하느님의 위로를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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