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희망이신 성모님, 마리아! - 허철수 미카엘 신부
얼마 전 KBS 방송에서 방영한 ‘수요기획, 사막을 가꾸는 사람들’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황량한 사막, 풀 한 포기 없고 모래바람만 사나워 인간이 살기에는 부적당한 땅에 한 젊은 부부가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면서 나무가 자라고 풀이 뿌리를 내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바꾸어가고 있었습니다. 10년, 그리고 20년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그들은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들과 또 그 후손들이 이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 사막은 반드시 옥토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무모하다 할 정도의 도전인데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의 신념과 열정과 노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월입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오월을 보면서 저는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이 말에 걸맞게 오월에는 많은 꽃이 피고 신록이 번지는가 하면 날씨마저 포근하여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꽃과 신록도 그들을 가꾸는 이들의 정성과 긴 겨울의 추위를 견디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이들의 열정과 정성이, 그리고 희망을 가진 사람들의 소박하고 진지한 삶이 화려하고 멋진 오월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는 화려한 오월의 꽃들을 노래하기 전에 이들을 만들어 우리가 향유하게 하는 숨은 이들의 정성을 치하하고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화려함 뒤에 묻혀있는 수많은 이들의 정성과 고통과 아픔을 먼저 생각할 때 오월은 우리의 좋은 기도의 시간입니다. 이런 때에 성모님의 달은 오월의 화사함 뒤에 숨어있는 정성처럼 그분의 삶을 묵상하게 합니다.
성모님, 마리아!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밝아지는 것은 화가들의 잘 그린 그림 때문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을 아는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삶은 고통과 인고와 좌절로 이루어진 삶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분은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모든 고통을 이겨내시고 우리의 고통에 함께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삶은 마니피캇에 잘 드러납니다. 임신 사실을 알고 엘리사벳을 찾았는데, 엘리사벳의 잉태는 모든 사람에게서 축복을 받았으나 마리아의 임신은 고통과 눈물의 보따리였습니다. 하느님 외에 모든 인간에게서 손가락질받을 일이요 심지어는 사랑하는 약혼자 요셉에게서도 버림을 받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지금 당장 죽음이 닥친다 해도 주님의 종이오니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지극한 순명과 자기 포기로 구세사의 문을 여는 데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많은 이들은 아들을 존경하고 따랐지만 일부는 미쳤다 하고 심지어는 죽이려고 하는데 그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아들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친척들과 함께 미친 아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고, 십자가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통곡의 마음으로 보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지지리 복도 없고 그 삶이 고통으로만 이루어진 여인, 전 세기가 기리는 여인이지만 인간적 기쁨이 얼마나 있었을까? 불행하고 가엾은 여인이면서 고통과 좌절로 인생을 마감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흘러가는 모든 세기를 통해 그분을 기리며 칭송하고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받들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모님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수식으로 칭송을 받아도 넘치지 않는 분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께서는 아담이 범한 죄도 “오 펠릭스 꿀빠!”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은 아담이 지은 죄마저도 복된 죄라 할 만큼 그리스도의 강생이 위대하다는 것인데, 여기에 비해 성모님의 공로야말로 더 무엇으로 비교를 하겠습니까?
성모님의 고통은 그리스도께 바쳐졌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분의 고통은 기쁨으로 승화되어 우리에게 행복으로 남겨졌습니다.
이 아름다운 오월에 성모님의 은덕을 기리고 그분의 삶을 묵상하며 그분을 칭송하는 것은 그분을 알아보는 모든 이의 기쁨입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 우리는 누구보다도 더 성모님의 업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그분께 가까이 있습니다. 이 오월, 그분을 칭송하며 희망을 키우고 또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