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4월 - 영적으로 재무장하여

2006. 4. 12. 오전 4:42:03

글자

영적으로 재무장하여 - 윤병길 신부

 

옛말에 '주객이 전도된다' 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자기가 하는 일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자기의 욕심에 빠져버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본래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하며 늘 초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요즘의 세상 흐름은 우리에게 그리 밝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 점점 냉담자의 수가 늘고 있으며, 열심히 봉사하는 레지오 단원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봉사하기보다는 봉사를 받고 싶어합니다. 참으로 미래가 희망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서 우리 레지오 단원은 과연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어떤 신부님께서는 오늘의 현실을 '위기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위기(危機)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라고 하십니다. 이 말은 우리 삶의 갈림길에서 맞이하는 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되돌아보면 사실 우리 교회의 역사 안에도 많은 위험과 기회가 함께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00여 년 전 로마는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교회의 심장부까지 멸망당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게르만족들이 쳐들어와 건물을 파괴하고 약탈하였는데 여러 차례에 걸친 침략과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교황님은 그레고리오 마뉴스였습니다.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이 상황을 헤쳐 나가고자 세속의 권력자인 동로마제국 황제에게 게르만족을 내쫓을 수 있는 군사력의 도움을 청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였고 계속되는 침략 속에서 교황님은 마침내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리하여 교황님께서는 침략자들과 협상을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교회의 개혁을 시작하셨습니다. 교회의 사목자인 사제와 주교에게는 영적 쇄신을 강조하였고, 사회적 개혁을 강조하였습니다.


교회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당시의 많은 수도자들이 교황님 명을 받아 게르만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유럽의 곳곳에 수도자들을 파견하여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졌던 교회를 더 풍요롭게 확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아일랜드 등이 바로 이때에 복음화되었습니다.

교황님의 이러한 개혁과 쇄신은 복음정신을 근본으로 하였고 교황님 자신이 철저하게 삶으로 실천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교황님께 순명하며 파견되었던 수도자들의 역할도 대단히 컸습니다.

점점 세속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복음을 선포하는 레지오 단원으로서 살고자 한다면 먼저 레지오 정신으로 무장하십시오. 올바른 정신이 없다면 올바른 활동은 불가능합니다.

정신이 살아있지 못하다면 겉으로 보이는 단체나 조직은 무의미합니다. 복음적 삶을 가장 모범적으로 사신 성모님이야말로 우리 삶의 원형이요 우리가 따라야 할 길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노력 속에 항상 성모님의 도우심과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은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주님의 은총 안에서 성모님의 군대로서 영적으로 재무장하여 쇄신의 발걸음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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