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 성베네딕토 수도회에서 월간 문화영성 잡지를 내려고 창간 준비 작업을 하던 때였다.
시인이며, 화가로 그 잡지 창간작업을 맡은 조광호신부님이 잡지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셨다.
친구들과 앉아서 이 이름, 저 이름을 대어 보며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었다.
온갖 이름이 다 튀어 나왔고 마침내 ‘들쑥 날쑥’을 지나 ‘들숨날숨’ 이란 낱말을 생각해냈다.
그때 조광호 신부님은 얼른 그 말을 고르셨다.
문화와 영성을 내세우는 종교잡지의 이름에 이미지가 딱 맞는다며 그 이름을 채택했고 잡지는 창간되었다.
‘들숨날숨’ 창간기념식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축하를 해주러 오셨다.
추기경님은 축사를 시작하면서 시침 뚝 떼시고
어떤 아들이 자기 아버지가 자기 말을 듣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했다고 서두를 꺼내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모두 귀를 쫑긋세웠다.
어떤 아들이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하자, 아들은 “아버지 , 아버지, 숨을 쉬셔요,숨을 쉬셔요” 하고 흔들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마침내 숨을거두자 아들은 " 아버지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숨을 쉬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원망 했다.
잡지 이름인 ‘들숨 날숨’ 에 걸맞는 추기경님의 이 유머야말로 만장했던 사람들을 여지없이 웃겨버리셨다.
또한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 하찮은 존재인가를 깨워주는 마치 선문답같은 유머는, 웃음끝에 눈물을 찍어내게하는 페이소스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간에게 들이쉬는 '들숨'과 내쉬는 '날숨'의 안정적인 반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셨다.
육신과 영신세계로 되어있는 인간이 신앙인이라면 육신의 영양만을 취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땅히 영신의 건강을 위해서 영성을 키워 나가야 함을 강조하셨다.
10년전쯤 문화와 영성의 불모지인 한국교회에서 본격적인 문화 영성운동을 주도했던 이 잡지는
발간되다가 지금은 휴간상태에 있다.
잡지를 이끌던 조광호신부는 지금은 인천 가톨릭대학교 종교미술학부 학장 신부로 일하며 문화 영성의 일꾼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김수환 추기경님이 위독한 고비를 겪으셨다는 기사가 신문에 났다.
기관지가 막혀 호흡이 중단되어 돌아가시는 줄 알았고 ,다행이 의료진의 응급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 끝에 다시 의식을 차리신 김추기경님이 주위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시중드는 수녀님에게
“수녀 , 나 살아났다” 라는 말을 하셨다는 대목도 있었다.
그 대목에서 나는 추기경님의 유머 넘치는 면모가 생각났고 (당시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께서 막달레나에게 나타나 " 놀랬지? " 했다는 유머와도 비슷하게 생각되어 풋 하고 웃음이 나왔었다.)
추기경님도 한 피조물로 인간의 모든 생로병사를 겪으며, 하느님 나라로 가실 마지막 준비를 하고 계심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숨 속에 우주가 있고 하느님이 계심을 느낀다.
들숨과 날숨의 사이에 죽음의 갈림길이 있음을 느낀다.
시편에 나와 있듯 "한낱 숨결일 따름" 인 인간이기에
우리를 지으신 주님의 뜻을 생각하며 성령 안에서 마지막까지 그분과 같이 호흡하기를 다시한번 묵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