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4,10,16) -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2004. 10. 16. 오전 8: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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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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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에페소 1,15-23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주 예수를 충실히 믿으며 모든 성도들을 사랑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도할 때마다 언제나 여러분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스러운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영적인 지혜와 통찰력을 내려 주셔서 하느님을 참으로 알게 하시고 또 여러분의 마음의 눈을 밝혀 주셔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 여러분이 무엇을 바랄 것인지 또 성도들과 함께 여러분이 물려받을 축복이 얼마나 놀랍고 큰 것인지를 알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믿는 사람들 속에서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여러분에게 알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능력을 떨치시어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려 내시고 하늘 나라에 불러 올리셔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여러 천신들을 지배하게 하시고 또 현세와 내세의 모든 권력자들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 아래 굴복시키셨으며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복음 루가 12,8-12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하겠다. 그러나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을 거역하여 말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을 수 있어도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지 못한다.
너희는 회당이나 관리나 권력자들 앞에 끌려갈 때에 무슨 말로 어떻게 항변할까 걱정하지 마라. 성령께서 너희가 해야 할 말을 바로 그 자리에서 일러 주실 것이다."





어제는 서울 교구의 어느 성당에 가서 레지오 교육을 하고 왔습니다. 그 성당은 처음 가는 길이고, 더구나 가장 막힌다는 길에 위치하고 있는 성당이기에 성지에서의 미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출발을 했지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네비게이션을 실행시켰습니다. 즉, 길을 알아서 찾아주고 안내해주는 기계를 실행시킨 것이지요. 사실 저는 길눈이 상당히 어두운 길치이거든요. 그래서 몇 번 가봤던 길도 못 찾아서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네비게이션은 아주 큰 도움을 주지요. 아무튼 저는 이 네비게이션을 실행시켜서 그 성당에 무사히 그리고 아주 빨리(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가 다 끝나고 저는 다시 갑곶성지로 오기 위해서 다시 네비게이션을 실행시켰습니다. 이번에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안내해주는 길이 이상합니다. 그 성당에 갈 때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갈 때는 자유로를 타고서 반포대교를 넘어서 갔는데, 성지에 다시 올 때는 내부순환도로를 타고서 가는 삥 도는 길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길치라 할지라도 이 정도는 알 수 있었지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짧은 길을 놔두고 이렇게 먼 길을 안내하는 이유가 뭐지? 혹시 네비게이션이 잘못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저는 과감하게 왔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자 네비게이션에서는 외칩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 길을 고집을 부리면서 갔지요. 네비게이션은 계속해서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만을 외쳤지만, 저는 이를 무시하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아예 네비게이션을 끄고 운전했지요. 그런데 잠시 뒤, 저는 네비게이션이 왜 다른 길을 고집해서 안내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은 엄청나게 막히는 길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것을 괜한 고집을 부려서 두 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야 하는 고생을 사서 했답니다.

이 새벽에 어제의 일을 기억하면서 문득 주님과 나의 관계도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요?

“경로를 이탈했단다. 다시 안내해 줄 테니 제대로 된 길로 가렴.”

그런데도 고집을 부리면서 주님께서 안내해 주시는 길이 아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만을 박박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괜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주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십니다.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지 못한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을 알려주시는 성령이십니다. 그런데 이 성령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떨까요? 바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를 거부하는 그래서 성령을 모독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성령께서 알려주는 말을 듣지 않고 행하지 않으면 결국은 성령을 모독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지요.

지금 나는 얼마나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 있나요? 혹시 주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계속해서 똑같은 말만 듣는 것은 아닐까요?

“경로를 이탈했단다……. 제발 똑바로 좀 가라~~”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맙시다.



밥그릇(정호승)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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