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지키는 파수꾼/박재범 신부

2004. 12. 11. 오전 12:42:23

글자


      아침에 매서운 찬 바람을 맞고 서 있노라니 어릴 적 따뜻한 방에서 할머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군고구마를 먹으며 옛날이야기를 듣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런 모습은 사라졌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이 겨울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계절에 기다림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화려하게 역동했던 생명체들은 봄날을 꿈꾸며 한 철 대지의 어머니 품속으로 움츠려 듭니다. 변함없는 자연의 순환, 계절의 변화는 어쩌면 사람들에게 기다림을 가르치는 스승과 같습니다. 대자연이 허물을 벗고 화사한 봄날을 기다리듯이 우리들도 묵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며 세상을 구원하러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가 봅니다. 기다림의 시기인 대림시기를 우리 모두가 잘 보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가끔 미사 때 봉독되는 복음을 읽다보면 그 복음의 내용과 흐름을 더 잘 이해하고 묵상하기 위해서는 해당 복음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복음 역시 앞에 나오는 부분을 먼저 읽고 이해한다면 복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음 앞에 나오는 내용은 세례자 요한이 감옥에 갇히게 된 후 예수님의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님에게 보내어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하고 묻습니다. 이 질문을 받은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제자들에게 너희가 듣고 본 것을 요한에게 가서 알리라고 합니다. 요한의 제자들이 가고 난 후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에게 광야에서 활동한 세례자 요한에 대해 말씀하시며 세례자 요한은 먼저 길을 닦은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어서 세례자 요한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계속 말씀을 하시는데 그 부분이 바로 복음말씀입니다. 복음의 첫 머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도 그 사람보다는 크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인물이기에 큰 인물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인 즈가리야는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요한이 태어날 때 말을 하지 못하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요한은 광야에서 살면서 누구보다 금욕적인 생활을 하였고 곧 오실 메시아와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길을 닦는 이의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회개의 길로 이끌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변화와 쇄신이 아니라 삶 전체를 변화시키도록 이끌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세례를 주던 중에 자신이 예언하였고, 만나고 싶었던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또 하나의 계획대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예언자로서 먼저 그리스도의 길을 닦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하느님 나라를 맞이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항상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하느님의 정의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결국 그는 헤로데가 동생의 처와 함께 사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함으로써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고 준비시킨 세례자 요한은 정말 큰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이 클지는 몰라도 이제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크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모든 예언서와 율법이 예언하는 일은 요한에게서 끝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이제 구약시대가 마감되고 새로운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약을 바탕으로 구약을 넘어 예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삶을 보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것이고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과 예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하늘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세례자 요한의 삶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세례자 요한이 살아왔고, 준비하며 깨어 기다리는 삶은 우리가 배워야 하는 삶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살아왔던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준비하고 깨어 기다리는 삶을 우리가 살아간다면 분명 하늘나라는 폭행을 하는 이들과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하는 이들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와 있고 아직 완성 되지 않은 하늘나라의 한 부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주님의 오심을 깨어 기다림으로써 하늘나라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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