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 임 사
모든 면에서 자유스러워 져서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
젊은 청년이 청춘을 바쳐서 근무한 직장을 머리가 히긋히긋 해진 중년이 되어서 문을 나서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겁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괴나리봇짐 하나 달랑 지고 아주 먼 길을 가려고 말입니다.
그 동안 변화 할 수 있는 기회도 두어 번 있었지만
선생님 소리에 뒤돌아섰고
세월이 붙잡아서 주저 안고
떠나려고 할 때는 용기가 없었고
좌절하여 떠나려고 했을 땐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망설이기를 30여년
이제 정말 떠나려고 합니다.
바쁘신 중에도 미천한 제 명예퇴임식에 참석하여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제가 무능하고 태만해서 퇴임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스스로 떠나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었기에 정든 직장을 떠나는 것입니다.
좀 일찍 떠나는 동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어느 광고 카피 내용처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고 그리고모든 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여러 지인들께서 명퇴하면 손해인데 등 떠밀 때 까지 다니라는 설득과 권유도 있었습니다.
여러분! 전들 왜 고민을 안 하였겠습니까.
아주 오래 깊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정은 빠르고 단순하게 하였습니다.
지난 여름 이동에서 속초까지 여섯 날 500리 길을 걷는 동안은 저에게 아주 소중한 나날들이었습니다.
내 것이 아니었는데 내 것 인줄 알고 기대했던 것이 과욕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갓끈 풀어 놓으면 똑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시기를 했고 아옹다옹 했는지 후회도 했습니다.
손에 든 것을 놓아야 다른 것을 쥘 수가 있다는 이치도 새삼 알았습니다.
앞으로 직장을 떠나서 무엇을 할 것 이냐고 여쭤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경복대학교에 출강하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습니다만,
그러나 작은 그림 몇 개만 그려 보았습니다
붓글씨도 배우고, 일번어에도 푹 빠져 보고, 몇 날 며칠을 하염없이 걷고도 싶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권유로 30여년 만에 되찾은 종교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포천시민의 혈세로 먹고 살아왔기 때문에 작은 봉사활동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오늘 아침 집을 나서기전 돌아가신 부모님께 기도한 내용이라 꼭 지킬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검소하고 겸허하게 살면서 인생 노후를 뜻있게 보내겠습니다.
지난 30여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조직은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환직되고, 지소의 무용론으로 조직이 개편되고, 경제우위론으로 구조조정에 휘말렸던 쓰라림의 변화도 있었지만 우리는 내외부적으로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이런 30여년 격동의 세월을 어떻게 말로서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까? 앞으로도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언제, 어떻게, 누구의 손에 의해서 우리 조직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 김승한 실수도 있었지마는 농업기술센터를 모든 걸 바쳐 마음것 사랑 했고 좋아했습니다. 가족보다도 함께 한 시간이 많았던 농업기술센터였습니다. 저는 그 품에서 가정을 꾸려 왔고, 사무여한 없이 공부도 해서 석사학위도 받았습니다.
남이 끝낸 것이 아니라 제가 끝냈으니까 슬프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이상한 경기 규칙이 아쉬움이 너무 너무 사무칩니다. 이제 당신 곁을 후회 도 버리고, 미련도 버리고, 미움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가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준 이응규 소장님을 비롯한 직장동료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빌며 퇴임사에 가름하고자 합니다.
2007년 12월 12일
포천군농업기술센터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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