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엄마" 하고 터무니없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게...
그러면 "진짜?" 하면서 몽땅 다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어릴 적과는 또 다른 기쁨과 안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나이에도 "내 편"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웃게 하기도 하고,
나 또한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런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책 속의 어머니처럼
'믿고, 사랑하고, 내려놓을 줄 알았던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항상 엄마는 “사랑한다. 넌 항상 내 갓 박스 안에 있을 거야.” 이리 말씀하셨다.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놓은 '갓 박스'로 인해
다시 엄마의 분별력, 생기, 유머와 낙천적인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녀,
그녀에겐 엄마가 수호천사였다며 엄마가 아는 이들을 위한, 그들의 고민이나 아픔을 덜어주십사,
혹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신께 드리는 기도를 적은 쪽지가 가득한 박스를 10개나 찾아내게 된다.
읽어보니 수십 년이라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들 가족의 역사 또한 그 안에 들어있다.
자식들의 결혼이나 종교를 위한 말, 건강을 위한 말,
아이를 갖지 못한 딸에게 말하지 않고 오직 신에게만 드렸던 기도,
때로는 딸의 불평 속에 나오는 사람들을 신이 모르고 있을까봐 살짝 이르는 말도 있어
못 말리는 엄마의 마음도 느낄 수가 있게 된다.
때로는 결혼 생활을 위한 좋은 조언이 될 많은 이야기들,
" 항상 자신이 행복의 51%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해라."
"나는 아직도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라는 애틋한 마음이 들어있는 쪽지로
부모님들의 서로에 대한 마음도 알 수 있고 말이다.
"여기에 넣어 둘께." 라는 간단한 말로 고민은 멀찌감치, 사랑은 오랫동안
신의 뜻으로 돌린 엄마의 현명한 뜻은 아니였는지,
그 마음의 위안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으며,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감사해 하는 모습을 보인 엄마의 모습을 따라간다는
딸이자 이 책의 저자 '메리 로우 퀸란'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 건
아마 나에게도 그런 엄마가 있고, 또 나를 보고 있을 딸이 있고,
그리고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인건 아닐까 한다.
자신에게 '자신의 날개를 받쳐주는 바람'이라고 부른 엄마의 사랑으로 또 바램으로
실망시킬 수 없었다는 그녀의 이야기,
아직도 어머니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는 딸과 가족들,
이젠 점점 엄마가 그랬듯이 다른 이들을 위한 고민을
쪽지에 적어 박스 안에 놓아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부모와 자식이 남기고 싶은 모습이 어떤 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가끔 심통 난 아이와 나누게 되는 짧은 메모는 그 순간이 지나면 웃음을 주곤 하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나 읽어보게 되는 그 메모는 그 상황이 생각나면서 아이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곤 했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는 아니더래도,
가족끼리 생기게 되는 고민이나 다툼을 풀 때
우리 가족만의 짧은 글을 나누는 장소가 있다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다른 이에게 돌리는 관심, 그리고 고민을 내려놓을 줄 아는 엄마의 모습을
이제라도 아이와 같이 하며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부모님께, 아이들에게 더 자주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